제철인 주꾸미·낙지도, 내달 오징어도 못 볼 판···“이 기름값이면 배 띄워도 남는 게 없다”

김현수·김정훈·박미라·강정의 기자 2026. 4.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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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목포·제주 등 전국서 수백척씩 조업 포기
고유가에 어획량 감소 겹쳐 전국 어촌 ‘이중고’
“비축해둔 기름도 거의 바닥···진짜 죽을 맛”
면세유 가격이 오른 첫날인 1일 오전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한 어민의 트럭에 기름통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고유가 여파로 전국 어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료비 급등으로 조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어민들의 생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5일 각 지자체와 수협 등에 따르면 유가 상승이 본격화된 4월을 맞아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최근 어선용 면세유 가격이 정부의 최고가격제 적용에도 200ℓ 한 드럼당 17만원대에서 27만원대로 급등하는 등 조업 비용이 급격히 불어난 탓이다.

경남 통영에서 연안선망어선을 운영하는 이모씨(56)는 “1일부터 기름값 때문에 일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조업 경비의 40%가 기름값인데 지금 가격으로는 나가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선 1척이 하루 1000~1500ℓ의 기름을 쓰는데 이 정도 상승폭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전남 최대 근해어선 밀집 기지인 목포 북항의 상황도 비슷하다. 40년 어업 경력의 김동근 어촌계장은 “어민들이 기름값 상승과 어획량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비축해 둔 기름이 떨어지고 비싼 기름을 쓰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곡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100~200척가량이 출항을 포기한 채 부두에 묶여 있다”며 “배가 나가도 기름값과 미끼값도 못 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어획량 감소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김 계장은 “봄철 주꾸미·낙지 조업철인데도 어획량이 최근 3년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수온 상승으로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해 기름 사용량은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갈치잡이 어선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한 번 출어하면 한 달 안팎을 바다 위에서 머물며 조업하는 장기 조업 형태라 연료 소모가 커 유가 변동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주 성산포에서 갈치잡이 어선을 운영하는 오종실씨는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다들 조업을 포기하고 쉬고 있는 실정”이라며 “어획량 감소와 소비 부진, 한일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정 결렬 장기화에 어려움이 컸는데 기름값까지 폭등하니 죽을 맛이다. 갈치가 안 잡히면 항구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남 보령의 낚시어선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낚시어선업을 하는 김희중씨(58)는 “한 번 출조할 때 연료비가 예전 30만~40만원에서 80만~90만원으로 뛰었다”며 “예전에는 5~6명만 모여도 출조를 나갔지만 지금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운항해도 남는 돈이 많지 않은데 출조를 중단하면 손님이 끊기기 때문에 수익보다 영업 유지를 위해 겨우 배를 띄우고 있다”고 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먼 바다로 나가는 광어 낚시는 줄고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가 적은 주꾸미 낚시로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씨는 “광어 출조는 1인당 11만원, 주꾸미는 7만~8만원 수준”이라며 “연료비 부담 때문에 출조 어선이 주꾸미로 몰리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동해안 어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동해안 특산품인 대게·홍게잡이 선주들은 지난달 말까지 최대한 면세유 확보에 나섰지만, 대부분 어선에서 비축해 둔 기름이 거의 바닥났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기름 발주를 많이 넣어도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어선당 8드럼 정도만 받았다”며 “근해어선은 하루 5~15드럼을 사용하는데, 앞으로는 비축 물량이 바닥나 조업에 나서지 못하는 어선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획량 감소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구룡포수협 어획고는 2011년 1400억원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55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대부분 선주들이 배를 담보로 돈을 빌려 조업에 나서고 있다”며 “높은 이자 부담에 어획량 감소, 유가 폭등까지 겹치며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잡이 어선 역시 출어 준비를 멈춘 상태다. 오징어는 매년 4월 한 달간 금어기를 거쳐 5월부터 본격 조업에 들어간다. 30년 경력의 선주 이선용씨(67)는 “지금쯤이면 출어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인데 기름값 부담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며 “이대로면 상당수 어선이 올해 출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선용 면세유는 국제 유가 변동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여서 일반 경유보다 체감 상승폭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면세유 가격은 60% 이상 급등한 반면 일반 경유는 20% 안팎 상승에 그쳤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업 경비 폭등에 따른 조업 포기와 수산물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어업인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이 이뤄진 만큼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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