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안하는 게 남는겁니다” 유가 직격탄 맞은 어민들···‘피시플레이션’ 우려도

김준용 기자 2026. 4.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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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다대 위판장에서 1일 오전 어민 방재광 씨가 급유를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제일 무서운 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지 모른다는거지예. 한 드러무(드럼·200ℓ)에 27만 원이 넘는게 말이 됩니꺼.”

면세유 가격이 오른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 위판장. 어민 방재광 씨가 고깃배에 기름을 넣으며 말했다. 삼치 조업을 하는 그는 조업을 한 번 나가면 반 드럼 가량 기름을 쓴다. 하루에만 기름값 5만 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그는 “하루 평균 70~80㎏은 잡아야 수지가 맞는데, 최근에는 본격적인 어기가 아니라 그런지 20~30㎏ 밖에 잡히지 않는다”며 “안 나가는 게 이익이지만 그냥 있을순 없지않나”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한 어민은 “나는 당분간 출항을 쉴까도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중동 사태로 인한 면세유 가격 폭등으로 인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면세유(경유) 1드럼 가격이 27만6200원으로 올랐다. 어업용 면세유는 통상 한 달 단위로 가격이 정해진다. 지난달 가격은 17만5940원으로, 한달 새 10만 원이 넘게 올랐다.

다대 위판장은 부산시수협 소속 선박 중 30%에 해당하는 약 500척이 기름을 넣는 곳이다. 어민들은 “어업용 면세유 가격 인상 직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급유를 하려는 배가 위판장 앞 해안을 가득 채워 통행이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오른 유가가 적용된 이날은 조업을 포기한 배가 많은 탓인지, 단 2척만이 급유기 앞에 줄을 섰다. 대기 중인 40여척의 어선도 4t~5t 가량 소형이 대부분이었다. 채비를 하는 어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현장을 지켜보던 양정복 부산시수협 이사는 “유가가 10만 원이 넘게 올라, 조업을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아귀잡이 자망 선박은 기름 소모가 심한데, 다대포 아귀 유명세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일 부산 사하구 다대 위판장에서 양정복 부산시수협 이사가 인상된 유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준용 기자

소형 어선뿐만아니라 중·대규모 어선들도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대형기선저인망 수협에 따르면 이미 쌍끌이 20척 정도의 선박이 조업을 조기에 종료했다. 쌍끌이 업종은 오는 16일부터가 휴어기다.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조업을 보름이나 일찍 포기한 것이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어업에 40여년 종사했지만 기름값이 이렇게 오른 건 본 적이 없다”며 “어업에는 그물부터 배 페인트까지 기름이 들어가지 않는 게 없다. 유가가 이런 상태로 유지된다면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지 우려한다. 약 한달 단위로 조정되는 면세유값도 정부가 지난달 26일 최고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유가 조정 일자가 앞당겨졌다. 수협중앙회 등은 오는 9일 다시 면세유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본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원래 1ℓ에 1700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그나마 인상 폭이 일부 줄었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피시플레이션’(수산물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업을 포기하는 선박이 많아지면 생산량이 줄어들어 결국 최근 수산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 어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료비 10%가 오르면 주요 근해어업 순이익이 12.9% 하락하고, 주요 연안어업 순이익이 2.5%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영 악화는 수산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가격 인상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조업 축소로 인한 위판량 감소 우려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기준가격 (1070원/1ℓ)를 기준으로 초과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시는 연안어업 선박(소규모)을 중심으로 한 지원책을 마련해 추경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jy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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