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체제’ 한화, 1.5조 빚 주주에 전가…李 정부 역행[더시그널]
2년 연속 적자·현금창출력 저하
투자의견 줄하향·주주 반발 확산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이수민 기자 | 한화그룹이 김동관 체제로 들어선 후 약 5조원 규모의 자금 마련에 유상증자를 활용해 자본시장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경우 조단위 수준의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상환한다는 점, 뚜렷한 주주가치 제고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재무지표 잇단 '경고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이번 유증은 보통주 7200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예정 발행가는 3만3300원이다. 조달 예정 자금은 약 2조3976억원이며 이 중 1조4899억원은 채무상환, 9077억원은 시설투자에 배정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해석되나 내용을 뜯어보면 적극적 투자보다 방어적 유동성 확보에 가깝다. 전체 조달 자금 60% 이상이 차입금 상환에 쓰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회사 당면 과제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보다 재무구조 방어에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실제 한화솔루션 재무지표는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96.3%, 순차입금의존도는 36.8%, 순차입금은 12조2000억원에 달했다. 영업손실은 3648억원으로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만일 유증 자금 전액이 지표에 반영되면 순차입금은 9조8000억원 수준으로 줄고 부채비율도 161.6%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급한 불 끄기일 뿐 채무상환능력 본질인 현창출력은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의 현금창출능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따)는 지난해 기준 4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2023년 1조2549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질적인 현금 여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최근 3년간 각각 -2조9942억원, -3조548억원, -2조562억원으로 대규모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숨은 부채' 신종자본증권의 덫
재무 리스크는 신종자본증권에서도 드러난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말 기준 696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해당 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실제로는 이자 지급 의무가 있는 부채 성격이 강하다. 이를 부채로 재분류할 경우 부채비율은 216%로 기존(196.3%) 보다 19.7%p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전환(-7218억원)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신종자본증권 이자는 유동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도 계열사 유증…재무 부담 누적
더 큰 문제는 이번 유증이 돌발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미 지난 2020년에도 1조2000억원 규모 유증을 단행한 바 있다. 회사는 당시에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재무구조 보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더 큰 규모의 유증을 발표했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말 부채비율 143.9%, 순차입금 6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부채비율 196%, 순차입금 12조2000억원 수준으로 악화됐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유증 발표 당일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18% 넘게 급락했고 이튿날 장중에도 8%대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증권사들도 잇단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발표했다. 대기업 계열사 종목에 대해 매도나 줄하향 리포트가 한꺼번에 나오는 일은 흔치 않다.
즉, 경영 및 체질 개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 피해를 주주들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곳간 채우기까지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여러 차례 유증을 둘러싼 논란에 홍역을 치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한 지난해 3월 3조6000억원 규모 대규모 유증을 발표,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반려하면서 최종 유증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주가 하향세·주주 강력 반발 등 반응 '싸늘'
논란이 커지자 한화솔루션은 유증 발표 다음날인 27일 김동관 부회장이 약 3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도 각각 약 6억원 규모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수조원 단위 유증 규모에 비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턱없이 낮아 '언 발에 오줌누기'란 비판이 나왔다.

▲절차·정당성 도마 위
이번 유증은 특히 '주주 보호' 측면에서 논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이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증은 본질적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는 행위인 만큼, 그 필요성과 규모, 시기, 그리고 대안적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설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시장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되지 못할 경우, 이번 의사결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 쟁점은 '이사회가 과연 주주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는가'에 있으며, 이는 향후 주주가치 훼손 여부와 맞물려 지속적인 법적·시장적 논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부연했다.
정기주주총회 직후 불과 이틀 만에 유증이 결정된 점과, 같은 시점에 사외이사 2명이 새로 선임된 사실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 관계자는 "독립이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시각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번처럼 중대한 자본정책 결정 직전에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해당 이사들이 기업의 재무상황과 전략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이사회 심의의 실질성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형식적 의결' 또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있다"라며 "그러나 대규모 유증이 주주가치 희석 논란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동반할 경우, 시장은 이를 정책 방향과의 괴리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태양광 사업 중요
한화솔루션 경영 쟁점으로는 결국 태양광 사업 회복 가능성이 꼽힌다. 회사는 유증 자금 중 9000억원 가량을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양산 관련 검증과 양산라인 구축, 탑콘(TOPCon) 전환 등 신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태양광 생산설비 상업 가동 시점, 실제 수익성 창출 여부 등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셀 공장은 올해 3분기 내 가동이 예정돼 있고 페로브스카이트 사업화 시점 역시 2029~2030년으로 전망된다.
당장 현금흐름이 흔들리는 기업이 수년 뒤 수익화가 가능한 신기술 투자까지 동시에 끌고 가겠다는 구상은 전략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는 어렵다. 빚을 줄이기 위한 유증과 실적으로 아직 증명되지 않은 미래 투자 사이 간극이 워낙 커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유증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였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재무구조 개선 출발점이 될지, 또 한 번의 '미봉책'으로 남을지는 향후 미국 태양광 사업 실적과 현금흐름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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