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협상 시한 하루 더 연장… "호르무즈 안 열면 모든 발전소 폭파"
진척 불확실… 전문가 “외교 해법 난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란과의 협상 기간을 7일(미 현지시간)로 하루 더 연장했다. 6일 타결을 낙관하면서다. 그러나 외교 해법 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 이란의 민간 기반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공격이 실행되면 이란도 이웃 걸프(페르시아만)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게 분명하다.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확전 기로에 섰다.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구체적인 설명 없이 “미국 동부시간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고 썼다. 발전소 등 이란 주요 기반시설 공격을 유예하고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지난달 26일 자신이 설정한 타결 시한(6일 오후 8시)을 하루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협상 시한을 7일 저녁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는 호르무즈해협 개방이다. 2월 28일 개전 뒤 이란이 세계 원유·천연가스 수송 물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선박 공격 위협으로 사실상 봉쇄하는 바람에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미국 내 기름값도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SJ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란 지도부)이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계속 그것(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려 한다면 그들은 전국에 있는 모든 발전소와 다른 모든 시설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7일이 이란에 “발전소의 날”, “교량의 날”이 될 것이라며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미친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속어를 섞은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이날 새벽 미군이 이란에 고립돼 있던 전투기 조종사를 구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구조 작전에 고무돼 새로운 위협을 가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기대다. 그는 이날 미국 방송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對)이란 협상이 “내일(6일)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가능성이 크다”며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석유를 차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범죄 불사하는 美대통령

그러나 협상 진척 조짐이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는 세 번째다. 지난달 21일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말살하겠다”고 선언했던 그는 같은 달 23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란 발전소 공격을 27일로 5일간 한 차례 미뤘다. 이어 시한 만료 하루 전인 26일 다시 공격 유예 기간을 4월 6일로 열흘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 게시물에 쓴 표현이 평소보다 더 거칠었던 게 그의 자신감 표현이라기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답답함이나 조바심의 반영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이 미군 전투기를 격추하고 미국이 조종사 구출에 성공하며 오히려 양국 모두 대담해져 협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기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두 나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현재 상황이 ‘확전의 함정’으로 작용해 전쟁을 더 위험한 국면으로 이끌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집중 공격을 퍼부어 이란의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승리를 선언하는 식의 출구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할 경우 전쟁범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반시설 타격으로 이란 국민 9,300만 명이 입을 고통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며 “(이란 국민은 현재) 지옥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는 “발전소와 교량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타격은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측면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짚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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