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페르시아가 발전소 폭격도 맷집으로 버틴다면
방공망 무력화라더니...美전투기 2대 격추
“이란, 美 해협 재개방 조건 휴전안 거부”
홍해까지 위협...日선박 통과 등 통제 강화
3월 ‘최대 공습’도 패싱...아들들 드론 영업
韓시간 8일 오전 9시 분수령...CPI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대폭격 시한을 현지 시간으로 오는 7일 오후 8시(한국 시간 8일 오전 9시)로 돌연 미룬 가운데 양측 간 휴전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의 방공망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군의 전투기가 대공 사격에 격추되는 등 전황은 예측 불가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파키스탄 등 제3국의 중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적어도 겉으로는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닌 홍해 지역의 항행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글로벌 경제를 긴장케 하고 있다. 이번주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란 전쟁의 흐름에 따라 변동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수색 작전에 나섰다. 낮은 속도로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 한 대와 헬리콥터 두 대가 포착됐는데, CNN은 수색·구조 작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전문가 분석을 통해 수색·구조용 헬기 ‘HH-60G’가 기동했고, 이들 헬기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KC-130’ 급유기가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탑승자 두 명은 모두 미군에 구조됐다.
같은 날 CNN 등은 호르무즈 해협 게슘섬 남단에서 미군의 ‘A-10 선더볼트Ⅱ 워트호그’ 공격기도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CNN 등에 따르면 기체는 바다로 떨어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서 복수의 미국 당국자들도 A-10 공격기의 추락을 확인했다. 단독 탑승한 조종사 한 명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는 적의 항공기를 격추해 제공권을 확보하는 걸 주 임무로 삼는 반면, 공격기는 지상의 탱크·보병과 해상의 함선 등을 타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와 관련해 이란군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도 국영방송에서 “적의 첨단 항공기 한 대가 게슘섬 남단에서 격추됐다”며 “기체가 헹감섬과 게슘섬 사이 페르시아만 해역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AF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전날에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이와 별도로 미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두 번째로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격추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격추는 이란의 방공망이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 측 주장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에서 이란의 해군이나 공군·방공망·통신망이 모두 파괴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이란의 지도부 인사들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달 1일 대국민 연설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발사 능력이 극적으로 약화됐으며 무기 공장과 로켓 발사대가 산산조각 나서 남은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CNN은 3일 지난 5주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목표물을 겨냥해 매일 공습을 이어갔음에도 이란 미사일 발사대의 절반 가량은 여전히 온전한 상태라는 정보당국 평가를 전했다. 정보당국 자료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용 드론 수천 대가 여전히 무기고에 남아 있다. 이는 이란 전체 드론 전력의 약 50%에 해당한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선박을 위협할 수 있는 이란의 해안 방어용 순항 미사일 상당수도 손상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파르스통신은 특히 쿠웨이트 부비얀섬에 있는 미군 군수 창고가 공격받자 미국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박하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소식통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해 미군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자 이런 제안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의 답변은 현장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공세 그 자체이고 군사적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란이 며칠 안으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휴전 협상 회담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중재자들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휴전을 위한 미국의 요구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중재를 자처하는 나라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전제로 휴전을 수용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이란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함께 협상을 중재하는 튀르키예와 이집트는 새 유전안을 두고 카타르 수도 도하나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다른 도시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4일 X(옛 트위터)에 파키스탄이 중재하는 미국과의 회담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 언론이 이란의 입장을 오역하고 있다”며 “우리는 파키스탄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고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에 가는 걸 거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는 우리에게 강요된 이 불법 침략 전쟁을 ‘결정적이고 영구적으로 종결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휴전이 아니라 영구적인 종전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NBC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미국 전투기 격추가 이란과의 협상에 영향을 끼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새 정권의 대통령이 방금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에 “거짓이고 근거 없는 발표”라고 반박한 바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 항로의 관문인 홍해 남단 입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이 홍해의 상선을 공격하기 직전인 2023년까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하루 평균 930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에 해당했던 수치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전 세계의 20% 정도다.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참전을 공식화한 후티 반군이 여차하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도 이란이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란의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이 미국에 대항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까닭이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실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 선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란은 자국 항구로 생필품 등을 싣고 오는 선박은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타스님뉴스가 입수한 서류에는 이달 1일부터 이란 항구로 오는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프로토콜(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란 정부와 군의 합의에 따라 인도적 물품, 생필품, 사료 등을 실은 배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해운사 상선미쓰이 관련 선박은 3일과 4일 두 차례나 걸프만(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빠져나왔다. 이로써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일본 관련 선박은 45척에서 43척으로 줄었다. 첫 번째로 빠져나온 선박은 상선미쓰이의 파나마 선적 LNG 선박 ‘소하 LNG호’였고, 두 번째로 나온 선박은 인도 관계사가 보유한 유조선 ‘그린산비호’였다. 두 선박이 해협을 나오면서 이란에 통행료 지불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과 경위, 선원 수 등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정부는 이들 선박의 통과를 위한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까지 설정한 이란과 합의 시한은 6일 오후 8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기부터 전쟁 기간을 4~6주로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6일은 6주차를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분위기가 무르익은 줄 알았던 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4~6주보다 최소 2주 이상 전쟁이 연장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실제 4일 이란 내 석유화학단지와 원자력발전소도 공격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 남부 부셰르 원전 단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방호 직원 1명이 사망했지만, 발전소의 주요 부분은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IRNA는 2월 28일 개전 이후 부셰르 원전이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가동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에서 부셰르 원전 피격 내용을 보고했다며 방사능 수치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우선 6일 오후 8시 이전까지 휴전이나 종전에 대한 합의가 불발될 경우다. 그 다음 문제는 미국의 강력한 공습에도 이란이 백기 투항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이다. 현재 미군은 해병원정대와 육군 제82공수사단 등 최대 1만 7000명 정도의 지상군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수가 각각 약 20만 명, 약 60만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란 전역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과 하르그섬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에도 상당히 부족한 병력이다. 미국은 이란보다 영토 크기와 인구 규모가 훨씬 적은 이라크를 2003년 침공할 때도 15만 명이나 투입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지상군까지 투입한다면 이는 장기전과 출혈전의 늪으로 빠지는 양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은 지난달 10일에도 이란에 사상 최대 공습을 펼칠 것이라고 겁박한 바 있다. 당시에도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은 고립됐고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 작전에 처참히 패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이후로도 한 달째 무너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조한 듯 5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쓰고 “화요일(7일)은 이란에 발전소의 날, 교량의 날”이라며 비속어까지 섞어 “미친 놈들아,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트루스소셜에서 “화요일(7일) 오후 8시”라고 적었다. 합의 기한을 한국 시간으로 8일 오전 9시로 갑자기 하루 또 미룬 것이다.

상술했듯 이번주는 이란 전쟁의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이 재차 흔들릴 공산이 크다. 벌써 5주째 증시의 개별 재료를 전쟁이 모두 흡수하는 상황이라 다른 변수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지난 3일은 뉴욕 증시가 부활절(5일) 전 금요일인 ‘성 금요일(굿 프라이데이)’ 휴일로 휴장하는 바람에 주말 동안 있던 온갖 변수가 6일 장에 모두 반영될 수 있다. 지난주에는 종전 기대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36%, 나스닥종합지수가 4.44%, 다우존스산업종합지수가 2.96%씩 오르며 주간 기준으로 6주 만에 상승했다. 만약 전쟁 상황이 월가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상승분은 곧바로 사라질 수 있다.
국제 유가의 흐름도 당연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2일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7.8% 상승하며 배럴당 109.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11.4%나 급등하며 배럴당 111.54달러에 매매를 마쳤다.
이란 전쟁 외에 이번주 주목해야 할 경제 지표는 10일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 급등 상황이 반영된 첫 CPI다. 전월 대비 전품목 CPI 상승률의 시장 예상치는 0.9%다. 또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는 0.3%다. 전년 대비로는 전품목 수치가 3.4%, 근원 수치는 2.7%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CPI는 오는 28~29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4.01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한 달간 휘발유 가격 상승률만 약 35%에 이르렀다. 휘발유뿐 아니라 디젤 가격도 갤런당 5.42달러(약 8200원)로 이란 전쟁 전 3.76달러에 비해 44%가량 올랐다. 디젤은 트럭과 화물열차 등에 주로 사용되기에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물류비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요컨대 전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주, 특히 6~7일은 금융시장의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시나리오도 여러가지다. 극적인 휴전·종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시한을 또 연장할 가능성, 이란이 공습을 받고 패배를 인정할 들 가능성, 이란은 버티고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뒤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하고 발을 뺄 가능성, 공습 뒤 미국이 지상군까지 투입해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 등이 있다. 어느 시나리오대로 전개되든 시장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될 공산이 커 보인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0m 콘크리트 뚫는 괴물폭탄…‘벙커버스터’ GBU 계열 폭탄 어떤 게 있나
-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이목...美 3월 물가 얼마나 올랐나
- “어쩐지 무릎이 너무 아프더라” 버터런 부작용, 이정도일 줄은
- 심근경색 환자, ‘이 약’ 끊으면 큰일? ‘반전’ 연구 결과 나왔다
- “촬영이 벼슬이냐”…벚꽃 명소 막아버린 넷플릭스 드라마에 시민들 ‘분통’
- 심장약 샀을 뿐인데 “면허 취소입니다”…中 공안한테 문자 날아온 이유가
- 전통주 ‘K리큐르’로 부상...2030세대는 매출 130% 폭등
- 12거래일 만에 잦아든 ‘셀 코리아’…국민주 ‘삼전·닉스’ 향방은
- 브랜드 10개 중 9개가 냈다는데… AI가 촉발한 ‘침묵의 세금’이란?
- 증거 수집 등도 ‘돈’…커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