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렸으면 갚아야" 하지만… 이자만 730%인데도 갚아야 할까?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 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중년층 대상 불법사금융 범죄 증가
2025년 개정된 채무자 보호제도
'불법사금융지킴이' 등록 여부 확인

Q: 54세 K다. 23년간 운영하던 자동차 부품회사를 경기 침체로 접었다. 폐업 직후라 소득 증빙이 안 된다며 은행 대출은 거절되었고, 신용카드론 한도가 소진된 상황에서 자녀 등록금 납부기한이 다가왔다. '당일 승인, 신용등급 무관'이라는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 대부업자는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약정 내용을 보냈고 이자는 '10일 단위로 원금의 20%'였다. 나는 6개월간 총 2,400만 원을 빌렸고 3,800만 원 넘게 변제했다. 그러나 대부업자는 "원금이 남아 있다"며 밤늦게까지 전화로 변제 독촉을 한다. 가족 및 자녀 학교에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최근 중년층에서 불법사금융 피해가 빈번하다. 실직, 폐업, 학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피해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K씨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다. 2025년 7월 개정되면서, 채무자 보호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법 개정 내용과 그에 따라 함께 바뀐 행정 절차는 △대출계약의 무효 처리 △금융감독원의 확인서를 통한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무효 통지 △불법대부업자의 협박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 등이다.
먼저 대출계약을 어떻게 무효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좁게는 일부 약정에서부터 넓게는 전체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단계까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모든 계약에서는 연 20%(법정 최고이자율) 이상의 이자 지급을 강제하는 약정 자체가 무효가 된다. 둘째, 등록되지 않은 불법 사금융업자와의 계약에서는 모든 이자 약정이 무효가 된다. 셋째, 원금과 이자 약정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연 60% 초과 고금리 계약 또는 채무자의 경솔함을 이용한 부당 계약이 그 대상이다. K씨 사례에 적용해 보자. K씨가 맺은, 10일마다 원금의 20%를 이자로 부과하는 계약의 연간 이자율은 730%로 환산된다. 이는 연 60%를 초과하는 고금리 계약이다. K씨는 이를 사용해 원금 및 이자 약정 모두를 무효화할 수 있다. 이미 변제한 금액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청구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법리적 무효 선언만으로 모든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거친 대부업자를 상대로 개인이 법을 주장하고 설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난달 5일 시행된 ‘무효확인서’ 발급제도다. 금융감독원장 명의로 대부업체에 계약 무효 사실이 공식적으로 통지된다. 이를 통해 K씨는 심리적 열세에서 벗어나 불법적 추가 추심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결할 것은 K씨가 받는 협박이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동, 그리고 오후 9시 이후 반복적 연락은 대부업법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더 나아가 K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차폐막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순간, 법적으로 채권자는 채무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도 접촉할 수 없게 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는다. 모든 소통 창구가 법률 전문가로 단일화되면서 K씨의 사생활은 법의 보호 아래 즉시 격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후 구제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K씨와 같은 피해가 애초에 반복되지 않도록 선제적 방어벽을 세우는 일이다. 대부업체 이용 전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불법사금융지킴이’ 등을 통해 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등록 업체는 대부업법상의 각종 보호 규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무법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 조건이 명시된 서면 계약서의 교부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향후 법적 구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명심해야 한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SNS로만 이루어지는 비공식 약정체결은 즉각 중단해야 할 위험한 거래다.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성실한 책임감이 역설적으로 K씨를 가장 오랫동안 그 고통의 덫에 속박했다. 도덕적 관점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르나, 법적으로 연이자 730%의 계약은 처음부터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명백히 반사회적인 계약이다. 덫을 끊어내고 일상을 회복할 법적 권리는 K씨의 손 안에 있다. 법이 열어 놓은 문으로 주저 없이 용기 있게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중년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박은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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