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뒤지던 경찰, 이제는 챗GPT부터… 'AI 흔적' 쫓는 수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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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랑 술을 같이 먹으면 어떤가. 죽을 수도 있나."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면서 김소영 사건처럼 수사 현장에서 AI 대화 기록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핵심 단서이자 범죄 증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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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살인 김소영, 챗GPT에 범행 흔적
변호사들도 위험 관리차 AI 기록 확인

"수면제랑 술을 같이 먹으면 어떤가. 죽을 수도 있나."
최근 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약물 연쇄살인'을 저지른 김소영은 범행 전후 챗GPT에 남긴 대화 기록에 덜미를 잡혔다. 김소영은 "남성들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김소영이 '음주 시 약물 복용의 위험성'을 질문해 '호흡 마비로 인한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는 답변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챗GPT 기록은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한 '스모킹 건'이 됐다. 경찰은 김소영에게 상해치사 대신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면서 김소영 사건처럼 수사 현장에서 AI 대화 기록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핵심 단서이자 범죄 증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포털사이트 검색어나 웹사이트 방문 기록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경찰들도 챗GPT부터 들여다본다. 검색어는 단편적 단어인 반면 AI 기록은 문장 형태라 범죄 의도와 동기가 한층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혐의를 입증하는 정황 증거로서 AI 기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울 일선서에서 경제 범죄를 담당하는 김모 경사는 "경제 범죄는 대부분 사기인데, 피의자가 피해자를 속인 방법이 AI 대화 내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끼리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일선서 형사팀장도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범행 도구가 확인되지 않았을 때 통화 목록과 결제 내역을 살펴보듯 AI 대화 내용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재판에서도 AI 기록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인도 국적 외국인 A씨는 2024년 국내에 들어오려는 인도인을 위해 난민 자격 인정 신청서를 작성해 주는 과정에서 챗GPT를 이용해 난민 사유가 될 만한 사연을 허위로 지어낸 사실이 인정돼 지난해 6월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경기 가평군 수상레저업체 직원들이 술 취한 여자 손님을 성폭행한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이 범행 직후 챗GPT에 '특수강간 처벌' '성범죄 후 합의할 시' '집단강간 초범 징역 갈 때' 등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검색한 기록이 재판에 주요 증거로 제출됐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들에게 징역 8~10년을 선고했다.

AI에 범죄 흔적이 많이 남다 보니, 변호사들에게도 의뢰인의 AI 대화 기록 확인은 '리스크 검토'와 변호 전략 수립을 위한 필수 절차가 됐다. 20년 경력의 형사 사건 전문 박모 변호사는 "AI에 '마약을 팬티에 숨기는 방법'을 물어봐 수사기관에 적발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형사 사건을 주로 맡는 심모 변호사도 "유죄인 게 확실한 경우 휴대폰 압수 전에 의뢰인에게 검색 기록을 물어보는데, 요즘엔 AI를 검색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같이 확인한다"고 밝혔다.
경찰도 디지털 수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2월 '로컬환경 AI 모델 대상 포렌식 기술개발 사업' 계획을 공고했다. AI 모델을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변조한 흔적까지 탐지하는 포렌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상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범죄 수법이 진화하고 수사기관은 그에 따라 수사 기법을 발전시킨다"며 "앞으로 법 집행과 예방, 사후 수사를 위해 AI 증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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