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을수록 멀어져’… 고양이 테마 소설 10편 묶어

김소민 기자 2026. 4. 6.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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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높낮이가 만만치 않은 언덕배기 해방촌 일대를 오르내리며, 길고양이들에게 쓰는 시간만 하루 수 시간.

이 소설은 지난달 25일 고양이를 소재로 출간된 소설집 '고양이, 부르면 오지 않는 것들'(잉걸북스·사진)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는 "고양이를 테마로 소설을 모아보겠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예상보다 많은 투고가 들어왔다"며 "결과적으로 절반은 투고, 절반은 청탁으로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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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르면 오지 않는 것들’ 출간
관계의 거리와 삶의 아이러니 비춰
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황인숙 시인(68).

그는 매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높낮이가 만만치 않은 언덕배기 해방촌 일대를 오르내리며, 길고양이들에게 쓰는 시간만 하루 수 시간. 해방촌 한 집에서만 20년째 살아온 황 시인은 어느새 동네 길고양이들의 ‘거리 집사’가 됐다.

그 경험은 최근 단편소설 ‘하얀 새틴의 밤’에 담담하게 스며들었다. 작품엔 매일 고양이 밥을 챙기는, 시인을 닮은 화자가 등장한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화자는 이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더는 좋아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눈이다. 눈비가 내리면 고양이 밥이 무방비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웬만큼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젖은 건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소복이 쌓인 눈 아래 멀쩡한 밥이 그대로 남아 있어도 끝내 굶고 만다. “우아한 고양이들 같으니라고.” 하늘에선 얇디얇은 새하얀 새틴 커튼이 끝없이 내려온다. 아름다운 풍경마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다르게 보인다는 걸, 화자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지난달 25일 고양이를 소재로 출간된 소설집 ‘고양이, 부르면 오지 않는 것들’(잉걸북스·사진)에 수록된 작품이다. 황인숙, 이순원 등 원로 작가를 필두로 서성란, 고은규 등이 참여해 고양이를 매개로 한 열 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기획은 소설가이기도 한 신승철 잉걸북스 대표가 맡았다. 그는 “고양이를 테마로 소설을 모아보겠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예상보다 많은 투고가 들어왔다”며 “결과적으로 절반은 투고, 절반은 청탁으로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고양이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신 대표는 “고양이의 습성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람 이야기로 닿게 된다”며 “불러도 오지 않는 것들, 하고자 하지만 성사되지 않는 것들, 좌절된 욕망 같은 심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앞에 선 고양이는 붙잡을수록 멀어지고, 내려놓을수록 곁에 남는다. 작가들은 이런 고양이의 속성을 통해 관계의 거리와 삶의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비춘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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