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라오스어 번역 이유 "내전 상처 라오스도 희망 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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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라오스처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경제적으로 발전했죠.라오스도 이 책을 통해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통·번역가 정상현(53)씨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라오스어로 번역하면서 갖게 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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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서 한국문학·노벨문학상 수상작 최초 번역
순수문학 시장 작지만 자비 출판으로 1000부 펴내

“한국도 라오스처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경제적으로 발전했죠.라오스도 이 책을 통해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통·번역가 정상현(53)씨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라오스어로 번역하면서 갖게 된 바람이다. 그는 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라오스는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만 접한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어려웠던 과거 속에서 지금의 미래를 쟁취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과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당시 오찬 및 서명식을 통역하기도 했다.

내전 아픔 간직한 라오스
라오스에서 한국문학이, 그것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번역된 자체가 처음이다. 정씨는 2024년 라오스국립대에서 문학 석사 과정을 밟던 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기쁘고 흥분했던 그와 달리 주변 학생들은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이 경험은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라오스가 한국처럼 내전의 아픔을 간직한 나라라는 것도 번역의 이유가 됐다. 라오스에서는 1960~197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왕정 세력과 북베트남·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 세력이 격렬히 충돌했다.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던지는 책이 라오스 독자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배경이다.
소년이 온다는 태국어 번역본으로 먼저 라오스에 소개됐다. 태국어와 라오스어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정씨는 “통역 때 태국어 대신 라오스어를 정확히 쓰면 ‘잘 배우셨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라오스에는 자국어에 긍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 책을 태국어로 읽으라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열악한 출판 시장, 그래도 번역하고 싶었다"
출간까지의 길은 험난했다. 한강 작가의 해외 저작권을 관리하는 영국 에이전시와의 소통도 쉽지 않았다. 정씨의 지인을 통해 사정을 전해 들은 한강 작가가 직접 에이전시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정씨는 “라오스 국립대 도서관의 열악한 사진을 보내면서 '그럼에도 출판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회상했다.
라오스에서 명망 있는 덕껫출판사가 윤문과 편집을 맡아 줬지만, 출판 비용은 정씨가 부담했다. 문학 시장이 작은 라오스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만 같은 시기에 출판된 일본 베스트셀러 ‘편의점 인간’이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3,000부를 인쇄하고, 홍보·출판·번역 비용 전액을 지원받은 것과는 대조된다. 정씨는 “편의점 인간을 번역한 분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면서 제 책의 출간 소식도 알려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고 웃었다.
초판 1,000부 가운데 500부는 판매용으로, 나머지 500부는 학교와 지방 곳곳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한 독자는정씨에게 “한국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용감한 아이들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한국 역사를 찾아보게 됐다”라고 했다. 정영수 주라오스 한국대사는 “이번 번역본은 한국 소설이 라오스어로 번역된 첫 사례”라며 “현지에서 한류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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