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상언 "노무현 소환하는 정치인, 국민엔 죄책감 주고 이익 얻어"

이서희 2026. 4. 6.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사위' 곽상언 의원 인터뷰]
당론 채택 '법왜곡죄' 나 홀로 반대 표결
"사법 2법과 엮이면 사법 붕괴 가능성"
"일부 정치인, 盧 죽음을 도구로 이용
민주당에 노무현 정치는 흔적만 남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그의 행보는 도드라졌다. 지난해 9월 친여 성향의 '유튜브 권력'을 비판했고, 그해 12월 당이 추진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올해 2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중 '법왜곡죄 법안'에는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의 얘기다.

"하나의 꽃으로만 이뤄진 꽃밭은 이미 꽃밭이 아니라 잡초 무덤에 불과하다." 곽 의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에 이렇게 말했다. 꽃이 아름다운 건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가졌기 때문으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도 당론은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란 질문엔 "국회의원은 군인이 아니다"며 "본질적으로 상부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도 불법적인 명령을 따를 경우 처벌을 받는데, 의원에게 부당한 당론에 따르길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곽 의원은 최근 여권에서 노 전 대통령 정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지금 노무현의 정치는 민주당에 흔적만 남아 있다고 말해도 큰 과장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노무현 정신' 언급이 늘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달 김어준씨 유튜브 채널에서 '공소 취소 거래설'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유튜브 권력'의 폐해가 재차 주목받았다.

"유튜브 권력은 이미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일부 대형 유튜브 채널은 출마 희망자들의 선거를 기획해 주기로 계약한 다음, 공약을 준비해 주는 것을 넘어 자신의 채널에 몇 차례 출연시키는 식으로 선거 운동을 한다. 해당 출마자 이름을 넣은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 이후에는 국회의원이 된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채널의 공신력을 높인다. 해당 채널 측과 계약하지 않은 정치인이나 채널에 우호적이지 않은 의원들을 비난하며 정치인의 채널 종속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정치 현실은 '정화'돼야 한다."

-법왜곡죄에는 민주당에서 '나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서 두 차례 발언했다. '위헌적이고 허용돼서는 안 되는 법률이다. 이대로 본회의에 오르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왜곡죄가 운영되면 사법기관은 (왜곡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기관에 종속된다. 다른 사법개혁법(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은 그 법안들대로 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법왜곡죄와 엮이면 사법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민주당은 사법 질서를 왜곡시키는 나쁜 판·검사를 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취지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나쁜 판·검사 처벌하자는 데 왜 반대하나. 중요한 건 법안의 실질적 내용이다. 법안에 따르면 증거를 위조·변조하고 이를 판결이나 수사에 적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을 다르게 해석할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법률 해석과 적용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조항, 유사한 사건이라도 시대 변화 등에 따라 (판사의) 판단이 달라지는 게 사법의 본질적 기능인데, 그걸 못 하게 만든 것이다. 판사는 판결을 했을 뿐인데 그게 범죄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후과가 뻔한 법에 찬성할 수 없었다. 제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은 없지만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건 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의 부작용이 현실화하면 직접 수정안을 낼 수도 있다. (법이 시행된) 지금은 제 생각이 틀렸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등 7개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이다. 야당에선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의 조사를 금지하고 있는 국정조사법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수사·기소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까지만 할 것으로 믿고 국조 계획서 표결에 찬성했다."

2024년 4월 곽상언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와 부인 노정연씨가 서울 종로구 동묘역 앞에서 곽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던 중 고 노무현 대통령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 지도부가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모두 맡을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 그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주장했다. 대화와 타협은 강자의 몫이지 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쪽이 국회에서는 강자라는 말로 갈음하겠다."

-여권에서 최근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을 칭찬하고 추모하는 것은 조롱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일부 정치인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한낱 '도구'로 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국민에게 비통함, 죄책감을 갖게 함으로써 그 죽음을 소환한 정치인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은 판단하지 못하게 만든다. 국민에게는 죄책감이란 불이익을 주고, 노 전 대통령은 도구로 이용하면서, 정치인 자신은 정치적 주장의 관철이란 이익을 얻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 소환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고 더 강화될지 모른다. 이런 현상을 그대로 두면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사실 저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겠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