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각국 선박, 눈치껏 각자도생

도쿄/류정 특파원 2026. 4. 6. 0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佛·필리핀 이어 日선박도 통과
호르무즈 통과한 인도 LPG 운송선 1일 인도 국적의 LPG 운송선박 ‘자그 바산트(Jag Vasant)’호가 뭄바이항에 입항하고 있다. 이 선박은 지난달 초 쿠웨이트에서 LPG 4만7000t을 싣고 출발, 이란 측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 인도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란 전쟁으로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된 이후 대형 LPG 물량이 인도에 닿은 첫 사례다. /EPA 연합뉴스

미 정보당국이 ‘이란이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4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는 곧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의 유일한 대미 협상 지렛대라는 점에서 최후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미국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막으려다 오히려 이란에 호르무즈 봉쇄라는 ‘대량혼란무기’(WMD·Weapons of Mass Distruption)를 안겨줬다”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무력 방어를 허용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4일 표결하기로 했다가 일부 국가의 반발에 연기했다.

◇각자도생 나선 각국 선박

봉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각국 선박은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이란 우호국인 파키스탄·중국·인도 선박이 이란이 설정한 소위 ‘안전항로’를 통해 해협을 통과한데 이어, 최근 프랑스·튀르키예 그리고 일본 선박까지 통과하고 있다. 향후 이란과 외교 협상을 하거나, 통행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해협을 빠져나오는 선박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 있는 45척의 일본 관련 선박 중, 상선미쓰이 관련 선박 2척이 지난 3~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중 ‘그린산비’호는 이란이 안전항로라고 주장한 케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길을 4일 이용했다. 상선미쓰이는 통행료를 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개입을 부인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고, 선박의 목적지도 일본이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 그린산비의 선적(배의 등록지·국적)은 인도로, 상선미쓰이가 운영을 맡은 LPG 운반선으로 알려졌다. 선원 대부분은 인도인이고, 일본인은 없었다. 인도는 이란과 외교 협상을 통해 ‘우호국’으로 간주돼 해협 통과가 허용되고 있으며, 그린산비는 전쟁 후 일곱 번째 통과 사례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상선미쓰이가 오만 기업과 공동 소유한 ‘소하르 LNG’호(선적은 파나마)가 오만의 무산담 반도 연안 쪽에 밀착된 항로를 이용해 해협을 통과했다. 소하르 LNG를 포함한 오만 관련 선박 3척이 이 길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유·운영·국적·선원이 각기 다른 선박의 ‘다국적’ 요소 덕분에 일본 선박도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일본에 “일본 선박은 통과시켜줄 수 있다”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정부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모두가 통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한국 선박은 아직 통과못해

프랑스 CMA CGM이 소유한 컨테이너선은 지난 2일 이란이 설정한 안전항로를 통과했다. 프랑스 정부와 선사측은 논평을 거부했으나, 프랑스 정부가 이란과 협상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이란과 관련된 물자를 나르는 선박이 집중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이어 튀르키예 선박 두 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는데, CNN튀르키예는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고, 해당 선박들이 ‘이란을 오가는 물자’를 운송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2일 “이란이 필리핀 국기를 게양한 선박과 필리핀으로 향하는 에너지 화물에 대한 통과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통행료를 낸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등은 “은밀하게 통행료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한국 선박 26척이 발이 묶여 있고, 외국 선박에 탑승한 사람을 포함해 한국인 선원 173명이 고립돼 있다. 외교부는 일부 외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데 대해 “통과한 선박들의 국적, 소유주, 운영사, 화물 성격, 목적지, 선원 국적 등이 다양하다”면서 “정부는 선박·선원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이를 감안한 선사의 입장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란과 양자 협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해협이라는 국제법을 무너뜨리고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상시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