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같이 필거야” 봄꽃 시계 엉켰다

박상현 기자 2026. 4. 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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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동시 개화’ 늘어나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가 5일 벚꽃이 활짝 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상공을 날고 있다. ‘2026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다양한 곡예 비행을 선보였다. 지난 3일 개막한 축제는 7일까지 이어진다. 작년에는 5일간 303만명이 찾았다. /고운호 기자

개나리, 벚꽃, 매화, 진달래 등 우리나라 주요 봄꽃이 지난달 모두 개화했다. 봄이 더워지면서 생긴 변화다. 과거에는 3월부터 4월까지 하나의 봄꽃이 지고 나면 다른 종류의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는데, 이제 초봄에 모든 꽃이 흐드러지는 풍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일 본지가 기상청에 의뢰해 1973년부터 올해까지 개화·만발일(서울 기준)을 분석한 결과, 봄꽃들이 ‘순차 개화’하던 패턴이 ‘동시 개화’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화와 만발은 각각 나무의 20%, 80% 이상 꽃이 피었을 때를 뜻한다. 분석은 기상청의 공식 관측목인 개나리·진달래·벚꽃·매화 등 네 가지 봄꽃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핀 봄꽃은 개나리였다. 개나리는 초봄인 3월 28일 개화해 4월 7일 만발했다. 이후 벚꽃이 4월 8일 개화해 같은 달 12일 만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벚꽃이 진 뒤에는 매화와 진달래가 각각 4월 16일과 20일 개화해 같은 달 24일과 23일 만발했다. 거의 모든 봄꽃이 4월에 피고 진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하지만 약 20년 뒤인 1990년 관측에선 개나리와 진달래가 3월 중순에 피었다 같은 달 말에 지는 ‘3월의 봄꽃’이 됐다. 이어서 벚꽃(4월 11일 개화·18일 만발)과 매화(4월 20일 개화·30일 만발)가 차례로 피고 졌다.

1995~2014년 따로 봄꽃 관측을 하지 않던 기상청이 2015년 다시 관측했을 땐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매화까지 3월 개화 대열에 합류했다. 개나리·진달래보다도 이른 3월 20일 개화해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이 된 상태였다. 매화는 따뜻한 남부 지방과 제주에선 겨울이 가고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하지만 ‘꽃샘추위’ 여파가 늦봄까지 미치는 중부 지방에선 4월 중순에나 피던 꽃이었다. 평균기온 상승으로 중부 지방도 남부 지방처럼 따뜻해지면서 봄에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이 된 것이다. 매화가 한창 흐드러졌을 시기에는 개나리와 진달래도 함께 피었다. 세 꽃이 지고 벚꽃(4월 3일)이 개화했다.

올봄은 지난달인 3월에 모든 봄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3월 중순 매화를 시작으로, 매화가 지기 전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함께 피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낮 기온이 최고 20도 내외로 올라가는 등 늦봄 수준으로 더워지면서, 2015년 4월에 피었던 벚꽃도 평년보다 10일가량 이른 지난달 29일 공식 개화했다.

이처럼 봄꽃의 동시 개화가 늘어나는 건 초봄인 3월부터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누적 온량’이 다 채워지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일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열흘 정도 지나면 벚꽃이 개화한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 19일부터 일평균 기온이 12.9도로 오르며 ‘10도 선’을 넘어섰는데, 이 고온이 계속 유지돼 열흘 뒤인 29일에 꽃이 핀 것이다. 이뿐 아니라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나무의 ‘생체 시계’ 자체가 일찍 켜지는 것 역시 봄꽃의 3월 집중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에서 벚꽃을 비롯한 봄꽃 대부분은 앞으로 모두 3월에 피기 시작하고 만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 개화’가 굳어지면 4월에 활동을 시작하는 곤충은 꽃이 없어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3월에 너무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면, 곤충들이 이를 다 감당하지 못해 일부 나무만 꽃가루받이가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식물도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온난화로 봄꽃이 3월에 한꺼번에 피면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효율이 떨어져 식물의 번식이 어려워지고, 결국 봄꽃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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