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헤모글로빈으로 뇌에 ‘전극’ 키워… 빛만으로 신경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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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혈액 성분을 이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안에서 전자 장치를 만들어 내고 빛을 켰다 끄는 것만으로 신경을 켜고 끄는 데 성공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금속 전극을 뇌에 삽입하거나 유전자를 교정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심은 뒤 빛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뇌에 전자 장치를 만들고 빛으로 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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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글로빈이 촉매 역할 수행
근적외선 노출시켜 운동 조절
수술 없이 뇌 질환 치료 기대
과학자들이 혈액 성분을 이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안에서 전자 장치를 만들어 내고 빛을 켰다 끄는 것만으로 신경을 켜고 끄는 데 성공했다. 수술로 전극을 심지 않아도 돼 간질이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산케트 사말 미국 퍼듀대 화학과 연구원과 샤오수란 생의공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을 촉매로 활용해 살아 있는 제브러피시와 쥐의 체내에서 전도성 고분자 ‘n도핑 폴리벤조디퓨란디온(n-PBDF)’을 합성하고 근적외선으로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일(현지 시간) 발표됐다.
뇌 질환을 치료하거나 뇌 기능을 연구하려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금속 전극을 뇌에 삽입하거나 유전자를 교정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심은 뒤 빛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전극은 딱딱해서 뇌 조직과 잘 맞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진다. 유전자 교정 단백질도 사람에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혈액에 주목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벤조디퓨란디온(BDF)과 반응하면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 n-PBDF가 만들어진다. 체온에서 반응이 진행되고 체내 물질만으로 완결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화학물질을 넣거나 수술할 필요가 없다.
연구팀은 체내 합성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브러피시 배아의 혈관에 BDF를 주입했다. 24시간 뒤 체내에서 고분자 n-PBDF가 만들어졌고 배아는 1주일 뒤에도 80% 이상 생존했다. 쥐의 뇌에도 같은 방식으로 주입한 결과 고분자 n-PBDF가 주입 부위에만 형성됐고 염증이나 신경세포 손실 없이 5개월간 건강하게 생활했다.
체내에서 만들어진 n-PBDF는 근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한다. 연구팀은 쥐 뇌에서 꺼낸 조직의 n-PBDF에 근적외선을 쐈더니 신경세포 활동이 즉각 멈추고 빛을 끄면 곧바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교정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심은 뒤 빛으로 조절하는 기존 방식보다 10분의 1 수준의 약한 빛으로도 충분했다. 신경세포의 가지돌기(뉴런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 모양의 짧은 돌기로 전기화학 신호를 받아 신경세포체로 전달)만 골라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성과다.
살아 있는 쥐에서도 효과는 같았다. 뇌의 운동 영역에 n-PBDF를 주입한 뒤 레버 당기기 훈련을 시켰더니 근적외선을 켤 때만 동작이 줄고 끄면 곧바로 회복됐다. 빛으로 행동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뇌에 전자 장치를 만들고 빛으로 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마리아 로사 안토냐차 이탈리아공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함께 실린 논평에서 “이번 연구는 신경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소재를 활용하면 반대로 신경을 활성화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며 “뇌 질환 치료의 폭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우 동아사이언스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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