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대구보다 부끄러운 국힘 울산시장 선거
10%p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당 갈아탄 인사가 금의환향하면
대구시장 선거보다 타격 클 수도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의 울산 시장 후보는 김상욱 의원이다. 1980년생으로 40대인 김 의원은 2024년 ‘국민 공천제’를 통해 국민의힘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1년 전 국힘을 떠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조직적 기반을 다지기엔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시장 후보가 됐다. 양자 대결에서 현직인 국힘 소속 김두겸 시장보다 10%p가량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울산 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현직 국회의원이 경쟁 정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광역단체장이 된 사례는 없는 것 같다.
그가 민주당 울산 시장 후보가 된 건 계엄 이후의 행적 때문일 것이다. 이전까지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힘 의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소신이라며 당론과 달리 민주당이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참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환호했고, 국힘에서는 배신자로 찍혔다. 그가 민주당 송철호 전 울산 시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사실을 끄집어내 “애초에 왜 그에게 공천을 줬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 의원이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일도 회자됐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국힘의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김 의원은 민주당 시장 후보가 됐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울산 시장 선거는 최근 몰락만 거듭한 보수 진영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국힘은 반(反)문재인 깃발을 들고 세력을 모았다. 그런데 정부 출범 이후 내분만 계속됐고, 많은 인재가 당을 떠났다. 계엄 이후엔 아예 민주당으로 건너간 이들도 있다. 김상욱 의원이 대표적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는 국힘 소속이던 박맹우 전 울산 시장이 공천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했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한다. 울산은 2018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국힘 계열 인사가 시장이 된 지역이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최근 세 번 선거에서 두 번을 민주당이 이기는 셈이 된다. 이런 곳을 앞으로도 국힘의 텃밭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정치적 타격이라는 측면에서 울산 선거가 대구 선거보다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대구에서 패한다면 국힘은 전례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게 자명하다. 그러나 민주당 대구 시장 후보는 김부겸 전 총리다. 거물급 정치인일 뿐 아니라, 대구에서 활동한 지 오래됐다. 국힘에서도 “대구 시민들이 김 전 총리에게 일종의 부채감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에 불리한 지역임을 알면서도 계속 대구에 출마하는 김 전 총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유권자로부터 미안한 마음을 적립하면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김 전 총리의 당선이 울산에서의 패배보다는 덜 부끄러울 것이다.
국힘 인사들은 “울산 상황을 얘기하다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누군가는 “굴욕적”이라고 표현했다. 당을 갈아탄 인사가 금의환향 직전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본 가장 적당한 표현은 “현타가 온다”였다. ‘현타’란 ‘현실 자각 타임’을 줄인 신조어로, 현실에 회의감이 든다는 뜻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국힘 지도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해 연일 최저치를 갈아 치우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번도 민주당에 표를 던진 적 없던 보수 진영 사람들이 “차라리 민주당을 뽑겠다”고 말하는 걸 여러 번 봤다. 혹시라도 국힘 후보가 이기면 현 지도부가 힘을 받아 당이 더욱 망가질 것이란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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