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화를 낼까[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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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대체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유독 더 날카로워지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만이 아닌, 심리적 기제와 뇌과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분석이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는 문제 행동을 변호하기 위함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 모두가 알지만 또한 쉽지만은 않은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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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안전하다는 무의식적 믿음’과 ‘전두엽의 방전’이 주된 원인이다. 낯선 사람이나 직장 상사 앞에서는 관계가 틀어질 위험을 막기 위해 감정 억제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내가 화내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믿음이 깔려 있어 억제 시스템이 느슨해진다. 더욱이 종일 밖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느라 전두엽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에 저녁이 되어 가장 편안한 시공간에 오면 지친 뇌가 통제력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을 ‘나의 일부’로 여기는 ‘자아의 확장’ 현상이 있다. 기능자기공명영상법(fMRI)을 활용한 과거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가까운 사람을 떠올릴 때 나 자신을 처리하는 영역과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즉, 심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상대방을 내 몸처럼 인식한다는 뜻이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끼듯, 가족이 내 기대와 다르게 행동할 때 더 쉽고 크게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의 역설이 문제를 키운다. 옥시토신은 친밀감과 신뢰를 높여 주지만, 동시에 내 사람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형성한다. 기대가 큰 만큼 그것이 어긋났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낙폭은 ‘도파민 보상 예측 오류’를 일으켜 강한 짜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분석이 가까운 사람에게 화내는 문제 행동을 변호하기 위함은 아니다. 자신의 미성숙한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들에게는 변화를 위한 작은 단서가 될 수 있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도 내 마음과 같을 수 없음을 되새기며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격해지는 순간에는 ‘서운한 마음에 뇌가 오작동하는구나’라며 자신의 감정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여보자. 이는 흥분한 편도체를 가라앉히고 이성적인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분노가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다면 최소 15초 이상 그 자리를 떠나 뇌가 다시 정신 차릴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면 부족이나 저혈당 상태에서는 전두엽이 잘 작동하지 않기에 식사와 수면 등 기본적 컨디션을 돌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 모두가 알지만 또한 쉽지만은 않은 미션이다. 오늘 저녁 현관문을 열기 전 잠시 심호흡을 하며 지친 뇌를 응원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31.2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밖에서는 참는데 집에 오면 폭발하는 이유?’ (https://youtu.be/HvKP6qlB4eA)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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