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한 정으로 버틴 미 장교…특수부대 투입 이틀 만에 구출

이영경 기자 2026. 4. 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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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수십대 공습하며 이란군 접근 저지…지상에선 격렬 교전
이란, 협상 카드 노렸지만 실패… 트럼프는 대형 악재 위기 모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군에 격추된 미국 공군 F-15E 전투기에서 사출된 후 실종된 미군 장교가 특수부대가 투입된 대규모 작전 끝에 36시간 만에 구조됐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군 전투기가 이란군에 격추된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장교 한 명을 구출했다. 그가 현재 매우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소식을 알리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용감한 전사는 이란의 험준한 산악지대 속 적진 한복판에 있었고, 매 시간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적들에게 추격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치명적인 무기들로 무장한 수십대의 항공기”를 보내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적의 영토 깊숙한 곳에서 미국 조종사 두 명을 각각 따로 구조한 것은 군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F-15E 전투기는 지난 3일 이란 남서부를 비행하던 중 이란군에 격추됐다. 탑승자 2명 중 조종사는 수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무기 시스템과 전술을 담당하는 무기체계 장교는 실종 상태였다. 실종 장교는 권총 한 정만을 소지한 채 산악지대에서 이란군의 추격을 피해 숨어 있었다.

미국은 특수작전 부대원 수백명을 투입해 이틀 동안 이란군과 사활을 건 총격전을 벌이며 실종자 수색·구조 작전을 벌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장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이 정보를 백악관·국방부와 공유했다. 미군은 특수부대원들을 지상에 투입했고, 전투기 수십대와 MQ-9 리퍼 무인기 등이 출격해 미군에 접근하던 이란인들을 공습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도 병력을 투입해 미군 실종 지역으로 추정되는 코길루예부예르아마드 일대를 봉쇄했다. 또 주민들에게 미군을 잡아서 당국에 넘기면 포상하겠다고 선전했다.

이란 산악지대 깊숙한 곳에서 진행된 이번 작전은 극도로 위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수색·구조에 투입된 항공기는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저고도로 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지상 또는 대공 사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C-130 공중급유기·수송기, H-60 헬리콥터 등이 수풀로 덮인 언덕 위를 저공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알자지라는 구조 과정에서 이란 측과 미군 사이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특수부대원과 실종 장교를 이송하기로 돼 있던 특수전 전용 수송기 MC-130J 두 대가 고장 나 이란 외딴곳에 고립되면서 미군은 세 대의 새로운 수송기를 투입했다. 고장 난 수송기 두 대는 이란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폭파했다.

미국은 구조작전에 성공해 전쟁 시나리오에 대형 악재가 될 뻔한 상황은 피했다. 이란이 실종 미군을 생포할 경우 미국과 종전 협상에서 강력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미국 내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불을 지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기 격추는 이란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란은 F-15E 전투기를 격추한 날, 남부 케슘섬 인근에서도 A-10 워트호그 공격기를 격추하며 여전히 대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5일 미국의 실종자 구조작전을 저지했으며 미군 항공기 3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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