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림으로 이어온 삶, 내 안의 억압들이 터지는 느낌”

최명진 기자 2026. 4. 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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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애 작가 시화전 ‘이별은 나중에 온다’…오는 18일부터 금봉미술관
‘파란 달팽이’ 이후 9년 만…시 56편·그림 15점 담은 신간 출간 기념
신체적 제약 딛고 피어낸 창작 열정…오랜 견딤과 짙은 반복의 산물
황신애 작가
다발성경화증을 앓으며 창작을 이어온 황신애 시인이 시와 그림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를 연다. 신간 ‘이별은 나중에 온다’ 발간을 기념한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부터 5월3일까지 금봉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책자에는 시 56편과 수필 4편, 색연필 그림 15점이 실렸다. 2017년 두 번째 시화집 ‘파란 달팽이’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작업이다.

황 작가는 2002년 방송대 문학상에서 시 ‘섬진강’으로 가작에 선정됐으며, 2015년 시화집 ‘모로’를 출간했다. 2017년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운문부 대상, 2018년 산문부 우수상도 받은 바 있다.

작가는 2003년 다발성경화증 판정을 받은 이후 재발과 치료를 반복하며 중증장애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사지 마비로 왼손 일부 기능만 남아 있어 일상생활 전반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시는 머릿속에 문장을 외운 뒤 왼손 검지로 자판을 두드려 완성한다.

이 같은 조건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가는 과정은 그의 작품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신체적 제약과 시간의 축적이 맞물리며, 언어와 이미지 모두에 밀도 있는 표현을 형성한다.

그의 시 ‘젓갈’에는 이러한 현실 인식이 드러난다. ‘곤죽이 된 몸으로 형체도 없이/녹아내린 것도 모자라 고약한 냄새로 견뎌야 하는/나도 젓갈이 되고 싶은 것이다’라는 구절은 자신의 처지를 직시한 언어다.
‘불빛’

‘해저’

작가의 그림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없는 상태에서 4B 연필과 색연필을 사용해 작업을 이어왔으며, 한 작품당 수만 번의 선을 겹쳐 완성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침대에 누운 자신의 몸과 희생자들을 동일시하며 작업을 이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연필과 색연필만으로 화면을 채워가는 작업 방식은 신체적 제약 속에서 선택된 것이지만, 반복되는 선과 층위는 화면에 독특한 밀도와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작가의 감각과 시간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해당 책은 누워서도 읽을 수 있도록 가로매기 방식으로 제작됐다. 책에 수록된 15점과 전시에 선보이는 20점의 작품은 자화상과 제주 바닷가 풍경 등 작가의 내면을 반영한 이미지들로 구성됐다.

책자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질병으로 인해 창작과 출판 과정 모두에서 제약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독자와의 연결을 통해 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전시 개막식과 작가 사인회는 18일 열린다.

황신애 작가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저의 예술적 삶이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고 비장애인들에게 실존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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