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공공기관 주변에 ‘때아닌 주차난’
장소만 바꿔 주차… ‘무늬만 5부제’
공원·상가·시장 골목에 차량 세워
8일부터 홀짝제땐 현장 부담 가중
출퇴근 시간 조정 등 보완책 병행을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대응 차원에서 공공기관 차량 5부제를 시행하면서 주변 공원이나 상가 등지에 있는 주차장이 때아닌 주차난을 겪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내 A공공기관 맞은편 공원 주차장. 이중주차는 예사였고 차와 차 사이가 테트리스 블록처럼 얽혀 있었다. A공공기관 주차장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이곳은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적용 구역이 아니다. 부제가 적용되지 않는 이 주차장에는 금요일인 이날, 끝번호 0·5 등 부제 해당 차량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틀 동안 살펴본 풍경은 다르지 않았다. 수요일엔 끝번호 3·8, 목요일엔 4·9에 해당하는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특히 선 안에 주차한 차량 중 부제에 해당하는 번호가 연달아 눈에 띄었다. 주차선이 그어진 쪽이 먼저 채워진 뒤 이중·삼중 주차로 이어지는 만큼, 출근 전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잡으러 온 차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실제 용인·화성 등에서 출근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자신의 차량이 부제 날짜에 해당할 경우 시청 주차장 대신 바로 맞은편의 공원 주차장으로 향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지역 내 또 다른 공공기관 인근에 있는 상가나 전통시장 주변 주차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B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5부제 날엔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날엔 주변 상가나 시장 골목에다가 주차 후 출근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가피한 사정으로 공공기관 주차장이 아닌 인근 주차장으로 향하는 차들이 늘면서 5부제가 차량 운행을 줄이는 게 아닌, 주차 장소만 바꾸는 데 그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공무원은 “석유 소비의 대부분은 민간인데 공공부문에만 적용하는 게 사실상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물론 현행 5부제에도 예외 기준은 있으나 문턱이 높아 적용받기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이 800m 넘게 떨어져 있거나 편도 90분·편도 30㎞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배차 간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 기준을 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더구나 정부가 오는 8일부터 조치를 한 단계 더 강화한 2부제(홀짝제)를 실시할 예정이라 현장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2부제가 시행되면 홀수일엔 끝번호 홀수 차량만, 짝수일엔 끝번호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으며 최초 경고 후 4회 이상 적발되면 징계도 가능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자가용 없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제만 강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출퇴근 시간을 기관별로 탄력적으로 조정해 대중교통 혼잡을 분산시키고, 대체 교통수단 확충 등 보완책을 병행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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