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질수록, 돈은 어디로 도망가나

정호진 2026. 4.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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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공포이자 자본 이동의 신호
위기 속에서도 돈은 늘 새로운 길 찾아
역사로 본 전쟁, 승자 산업 탄생 배경은
지정학 리스크 시대, 투자 기준 달라져
[경제경영 신간] 전쟁은 어떻게 돈을 움직이나
김진수 지음, 메이트북스 펴냄
전쟁은 공포와 혼란의 상징이지만, 역사 속 자본은 위기 속에서도 늘 새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였다. ⓒ픽사베이

[지데일리]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리스크의 시대’, 이제 투자자는 총소리보다 먼저 자본의 흐름을 읽는다. 

전쟁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금융시장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자본의 이동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촉매제였다. 신간 <전쟁은 어떻게 돈을 움직이나>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100년 넘는 전쟁의 역사를 통해 자본이 어떻게 반응하고 이동했는지를 분석한다. 책의 핵심은 “시장은 뉴스가 아니라 돈으로 움직인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공포의 순간에도 돈이 흘러가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면, 전쟁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전쟁과 금융시장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금융시장이 어떻게 선제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전쟁 소식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달러·금·원자재 시장이 흔들리는 현상은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 

이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세계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했는지, 냉전이 방위산업을 거대한 시장으로 키운 과정을 짚는다. 걸프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에너지·자원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사례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진다.

다음으로 위기 때마다 유동성이 달러, 금,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구조를 설명한다. 동시에 전쟁이 석유, 곡물, 원자재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또 전쟁이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분석한다. 방위산업과 에너지 산업이 전쟁과 함께 성장해온 궤적, 반도체가 21세기 군사력의 핵심 자원이 된 배경을 정리했다.

저자는 위기 속에서도 성장의 동력을 확보한 산업들을 조명한다. 방위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식량, 금속자원, 사이버보안 산업이 전쟁으로 촉발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어떻게 급성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지정학의 불안이 투자 환경을 바꾸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돈의 이동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의 시선은 그저 전쟁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전쟁과 금융의 관계를 ‘돈의 이동 언어’로 번역해내며, 경제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명료한 설명을 제시한다. 책의 사례들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당시 시장의 변동을 도표와 함께 제시해 현실감을 높였다.

1990년 걸프전 당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전쟁의 전개가 예측 가능해지자 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사례는 대표적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에너지·곡물·방위산업 종목으로 투자 자금이 집중되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감지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자본은 언제나 공포를 딛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이는 패턴을 보여왔다.

책은 이러한 역사적 패턴을 정리해 독자가 전쟁 뉴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또한 “전쟁이 터지면 어떤 자산에 돈이 몰리는가”, “어떤 산업이 성장하는가”, “국가 정책은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끈다. 

“공포 속에서 가장 큰 투자 기회가 만들어진다.” 저자가 전하는 이 메시지는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오늘의 시대에 유효한 통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정학적 갈등의 파장은 우리의 주식 계좌, 금 ETF, 에너지 자산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의 시대, 결국 승부는 돈의 흐름을 '읽는 눈'에 달려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