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벌써 꽃비 내리네"…‘벚꽃 엔딩’ 빨라진다
광주·전남, 평년보다 1주일 단축
"지금 아니면 못봐" 지역민 발길 재촉

"올해는 벚꽃 구경 제대로 못할까봐 서둘러 왔어요."
4월의 첫 주말인 4일 광주광역시 서구 운천저수지. 지역 대표 벚꽃 명소인 이곳 산책로는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전날 비가 내린 데다 이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현장에는 '지금 아니면 못 본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꽃잎이 수차례 흩날릴 때마다 탐방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정환(38)·이성화(32) 부부는 "올해는 꽃이 빨리 피고 금방 질 것 같아 서둘러 나왔다"며 "매년 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다 보니 꽃구경 시기를 잡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광주·전남의 '봄꽃 시계'가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온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봄꽃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조건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도일보가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분석한 결과, 광주지역 벚나무 개화 시기는 전반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2000~2009년) 평균 개화일은 3월 29일이었지만, 2020년대(2020~2026년) 들어 3월 25일로 약 4일 빨라졌다. 벚꽃은 개화 뒤 1~5일 안에 절정을 이루는 것을 고려하면, 벚꽃이 '4월 꽃'에서 '3월 꽃'으로 확실하게 굳혀진 셈이다.
전남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부권인 목포는 2000년대 평균 개화일이 4월 4일이었지만, 2020년대에 3월 28일로 약 7일 빨라졌다. 동부권 여수에선 2000년대 평균 개화일이 3월 29일이었지만, 2020년대는 3월 26일로 3일 앞당겨졌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봄철 기온 상승이 있다. 식물은 성장을 시작하는 최소 온도인 '기준온도'와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적산온도'를 충족해야 한다. 벚꽃의 기준온도는 5도로, 일평균 기온이 이 수준을 넘어서면 꽃눈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후 꽃망울을 터뜨리려면 1월 1일부터 하루 평균기온에서 기준온도인 5도를 뺀 값을 누적한 적산온도가 약 200~220도에 도달해야 한다. 이 기준에 이르면 개화가 이뤄진다.
기온이 높을수록 하루에 축적되는 열이 많아지면서 개화 시점도 앞당겨진다는 얘기다. 지난달 광주 평균기온은 8.5도로 역대 7위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9년 연속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졌다. 1973년 이후 지난해까지 3월 평균기온도 10년마다 약 0.52도씩 상승하는 추세다. 지구 온난화가 봄꽃 시계를 가속화시키는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3월 날씨가 평년보다 더워지는 기후 변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며 "유일한 요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상관성이 매우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