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탄내는 검은 유혹①] [단독] 동시다발적 인테리어 공사 피해 사례 속출

노진실·최미애 2026. 4.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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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통해 연결된 ‘자칭’ 인테리어 전문가
“거액 계약금 지급받고 공사 제대로 안돼” 주장
대구·경북 등지서 10여명 “총 수억원대 피해” 호소

온라인 플랫폼이 성행하고, AI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진짜'와 '가짜'는 분간하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재산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각종 검은 유혹들에 대한 지역민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시리즈를 기획했다.

지난 2월 말, 김영희씨의 아파트 내부. 당초 김씨는 공사 기간을 2월 말까지로 설정하고 A씨 업체와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했지만, 공사 완료 기간 수일 전까지도 공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김영희씨 제공
이달 초, 이석호씨의 아파트 내부. 당초 이씨는 A씨 업체와 2월에 계약을 했고, 3월에 공사 완료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석호씨 제공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구와 경북 등에서 인테리어업자 A씨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거액을 전달했지만, 철거작업 혹은 공사 일부만 진행되며 제때 입주를 못 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례는 대구 달서구와 수성구, 경북 포항 등 취재진이 직접 파악한 것만 10여 건에 이른다.

지난 4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영희(가명)씨는 A씨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와 공사 계약 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포항에 사는 김씨는 지난 1월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A씨가 현장소장으로 있는 한 업체와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한 온라인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통해서 알게 됐다. 김씨는 계약금으로 1천500만원, 이후 냉방기 선입금 명목으로 450만원 등 총 1천950만원을 입금했다. 공사 기간은 2월말까지였다.

하지만, 준공 예정일이 다가와도 아파트 내부는 철거 공사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김씨는 전했다. 당초 준공 후 입주하려던 김씨 가족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김씨는 "기존 살던 전세 계약이 만료됐는데도,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 공사가 방치되면서 지금은 기존에 살던 집에 부탁해 다섯 식구가 임시방편으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며 "인테리어 공사 계약 기간 동안 업체 측의 수많은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난 이석호(가명)씨도 지난 2월 A씨 업체와 대구의 한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했다. 역시 온라인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통한 계약이었다. 이씨는 업체 측에 계약금과 새시(창틀) 공사 명목으로 2천여만원을 건넸다. 3월 초까지 공사를 끝내는 조건이었지만, 공사는 계속 미뤄졌다는 게 이씨 측 설명이다. 그는 "약속한 공사 완료 날짜가 훨씬 지났지만, 집은 무작위 시공에다 사실상 방치돼 있다"며 "두 달간 창문도 없이 방치돼 있어서 비만 오면 집 안에 빗물이 그대로 들어왔다. A씨 측이 하는 모든 말을 믿을 수 없고, 제때 아파트에 입주를 하지 못해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피해자 박경주(가명·대구)씨는 "온라인상에 사업자 등록증을 올려놓고 인테리어 전문가라고 했는데 속은 것 같다"며 "정상적인 공사 진행을 요청하면 "건강이 좋지 않다" 등의 갖은 핑계로 계속 시간만 끌었다"고 주장했다.

경주와 영천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A씨 측과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한 윤정우(가명·경주)씨도 계약상의 공사 완료 기간이 다 돼도록 철거 작업 정도만 한 게 전부였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영천에 사는 서경진(가명)씨도 "당초 2월 중순 전에 공사를 완료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지만, 철거도 제대로 안 됐고 일부 진행된 공사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A씨 측과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불했다는 조주영(가명·울산 거주)씨의 경우 공사 마감일이 되도록 공사는 약 20%밖에 진행돼 있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했다.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숨겨진 피해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고, 계속 유사한 피해자들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영남일보는 이날 A씨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복수의 휴대전화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대구지역 한 인테리어 전문가는 "A씨 업체와 계약을 맺은 공사현장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사가 진행된 곳도 사실상 부실시공 수준으로 보였다"며 "A씨 업체가 정상적으로 실내건축 자격증을 갖추고, 관련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인테리어업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들은 인테리어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업체와 고객 간의 상호 신뢰인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진실·최미애기자 know@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