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바꾼 경기도] “아픔겪은 부모들, 서로 치유하며 위로”

김혜진 기자 2026. 4.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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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의 사회적 실천

4·16목공소, 지역·시민 연대 공간
최근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4·16봉사단, 온 시민에 감사 전달
재난피해지역 복구 지원 등 활동
▲ 2015년 정부합동분향소 부스에서 시작된 4·16 목공소는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견디는 공간이자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돼 사회적 실천을 이어가는 통로로 주문 제작과 후원, 온라인 판매 등 자신들이 받았던 연대와 위로를 다시 사회에 건내고 있다. 지난 31일 안산시 단원구 4·16 목공소에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다양한 목공 제품을 만들고 있다./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 찾은 안산시 단원구 꽃빛공원 인근 '4·16 목공소'는 이른 시간부터 작업 열기로 가득했다.

약 60평 규모 작업장에서는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손길이 분주했고, 한쪽에서는 도안을 입력한 기계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작업장 옆 사무실에는 상패와 독서대, 십자가, 리본 키링 등 그동안 만든 물품들이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이곳에서 목공일을 하며 마음을 달래온 시간은 어느덧 10여년이 지났다. <인천일보 2026년 4월1일자 1면 [세월호가 바꾼 경기도] "잊지 않겠습니다" 연대의 힘, 안전한 일상 만든다>

▲ 안산시 단원구 4·16 목공소에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다양한 목공 제품을 만들고 있다./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4·16 목공소는 2015년 정부합동분향소 부스에서 시작됐다. 현재 상근자 5명과 조합원 19명 등 총 24명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일반시민은 8명이다. 목공소는 주문 제작과 후원, 온라인 판매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참사를 겪은 유족들에게 목공소는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었다. 트라우마를 견디는 공간이자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돼 사회적 실천을 이어가는 통로였다.

단원고 유미지양 아버지 유해종씨는 "여기 나와서 일하면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고, 일을 마치면 성취감도 크다"며 "같은 아픔을 겪은 유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 안산시 단원구 4·16 목공소에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제작한 다양한 목공 제품. /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목공소는 지난해 꽃빛공원 내 묘지공간 부족 문제로 철거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오는 20일쯤 옛 단원구청 건물로 이전을 준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유씨는 "목공소는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시민이 연대해온 장소였던 만큼 철거 위기 당시에는 상실감이 컸다"면서도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남아 우리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 4·16가족나눔봉사단원들./사진제공=4·16가족나눔봉사단

유족들의 사회적 실천은 참사 직후 자신들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자는 뜻에서 출발한 '4·16가족나눔봉사단'으로도 이어졌다.

봉사단 출발은 2014년 말 연탄 나눔이었다.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됐던 봉사는 2019년 '4·16가족나눔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꾸려졌다. 현재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20~30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봉사단장인 단원고 조은정양 어머니 박모씨는 "아이들을 잃었을 때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는 전국에서 온 시민 봉사자들이 물과 음식을 건네고 같이 울어줬다"며 "그 고마움을 어떻게든 돌려주고 싶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 4·16가족나눔봉사단원들이 김장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4·16가족나눔봉사단

활동은 재난피해지역 복구 지원을 비롯해 김장·반찬 나눔, 취약계층 세탁 봉사, 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등 다양하다. 유족들은 봉사 현장에서 타인의 삶을 돌보며 사회와 다시 연결돼 왔다.

이들에게 봉사는 단순한 지원이 아닌 자신들이 받았던 연대와 위로를 다시 사회에 건네는 방식이다. 특히 희생자가 많은 안산에서는 오랜 시간 세월호에 대한 편견과 혐오도 있었지만, 유족들은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보태며 관계를 다시 만들어왔다. 봉사를 하며 세월호를 설명하고 내년 건립을 앞둔 생명안전공원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박씨는 "같은 아픔을 겪은 부모들이 모여 활동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치유와 위로가 된다"며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조금씩 다가가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봉사단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김혜진·추정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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