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성비 해외직구도 ‘로켓’ 인상… 물가 파고 서민 덮쳤다
주요 운임지수 한달새 40%↑
유가 최고가격제 불구 충격파

네이버 쇼핑몰을 통해 중국산 스탠드 조명을 해외직구로 주문한 40대 소비자 A씨는 결제 직후 황당한 말을 들었다. 상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배송 일정을 문의하려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판매자가 “물류비가 올랐는데 가격을 잘못 기재했다”며 기존 11만원이던 상품 가격을 18만원으로 일방적으로 올린 것이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제품을 주문하자마자 판매자가 물류비 명목으로 1만원을 별도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는 즉시 주문을 취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네이버쇼핑 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등 주요 이커머스 쇼핑몰에서 속속 이어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물류비와 환율 급등이 해외직구부터 덮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더해지면 지금보다 한층 더 거센 물가 파고가 소비자들을 덮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주요 해운 운임은 40%가까이 치솟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한국 부산항을 기준으로 한 해상운임지수(KCCI)는 지난 2월 23일 1522에서 지난달 30일에는 2094로 37.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 2월 13일 1251.46에서 지난달 27일에는 1826.77로 45.97%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지수도 139에서 163으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선박 보험료 상승분까지 본격 반영될 경우 물류비는 더 오를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최근 일부 선박 보험료 계약을 갱신하면서 최고 1000%가량 요금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등 위험 지역에 진입해 계약이 변한 선박 보험 26건은 갱신 보험료가 기존보다 평균 380% 늘었다.
산업계에서는 최근의 물가 상승은 물류비와 환율이 주도한 것이며, 아직 국제물가 상승분이 적용되는 진짜 물가 비상은 시작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10.10원으로, 중동전쟁 직전인 2월 25일(1432.50)과 비교하면 약 40일 동안 5.4% 상승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재료나 재고를 비축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현재 유가 상승분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환율은 물가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과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비스 물가지수는 115.96(2020년=100)으로, 작년 동기보다 2.4% 올랐는데, 이는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 인상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숫자다.
4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올해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33단계 중 18단계를 기록했다. 전달(6단계) 대비 12단계 급등한 수치다. 이는 현재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2016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에너지 물가지수 역시 142.89(2020년=100)를 기록해 2015년 1월 통계 작성 시작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그나마 에너지 물가 상승률을 억제했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리터 당 1838.79원이었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1947.58원으로 110원가량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월 말 70달러대 초반에서 3월 23일 169.75달러로 배 이상 급등했다. 정부가 3차 최고가격제로 억제할 것이 유력하지만, 대신 국제유가를 휘발유 등 석유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부담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에너지 물가 상승세는 석유제품을 쓰는 내구재·가공식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충격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숙박·외식 등 다른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2월 말 1.7%에서 3월 말 2.6%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화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경제는 중동 상황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와 서민 생활 부담, 경제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도 중동 상황과 주요국의 관세 조치로 무역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제 금융시장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무역과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현·임재섭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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