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마라톤 강행하려다 하루 전 코스 변경 '서울신문 마라톤대회' 논란
서울신문 주최 마라톤 행사, 공사 중 미개통 도로 포함…인천투데이 보도 다음날 코스 변경
보험 공백에 주차난 까지 '총체적 난국'…일부 주민단체 서울신문 향해 비판 성명 내기도
서울신문, 자사 주최 대회 '자화자찬'…5000명 참여 지역정치권까지 나섰지만 침묵한 지역언론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달 29일 인천 청라하늘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 대회에 공사 중인 미개통·비포장 도로가 포함돼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회는 서울신문이 주최·주관하고 인천시가 후원하는데 인천투데이가 안전문제를 지적하자 마라톤 하루 전 코스를 변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관련해 주민단체에서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문제가 불거졌지만 서울신문 측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다른 인천 지역언론에서도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마라톤 행사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단독]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공사판 코스' 안전 우려···영종주민 불만>을 통해 공사 중인 미개통 도로가 마라톤 코스에 포함된 사실을 보도했다. 마라톤 코스는 인천 서구 인천로봇랜드에서 출발해 청라하늘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10km 코스와 인천로봇랜드~청라하늘대교~해안도로를 왕복하는 하프(21.0975km) 등 2개이며 모집인원은 5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코스 중 청라하늘대교 영종 구간 방면에서 영종대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약 3.3km 구간이 한창 공사 중인 미개통 도로였다.
인천투데이는 “해당 구간은 방호벽과 라바콘, 복공판 등 공사 자재가 즐비하다. 지게차, 크레인, 트럭 등 공사 관련 차량이 드나드는 구역이며 바닥엔 아스콘이 아직 깔리지 않아 흙과 자갈이 널브러져 있다”며 “참가자 수천 명이 달릴 경우 흙먼지가 날릴 뿐만 아니라 자갈을 밟으면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주최 측에서 “모든 사고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허가를 요청했고 인천시가 이를 수용했다.
주최 측인 서울신문 관계자는 인천투데이에 “참가자 안전 확보를 위해 공사현장 관계자와 펜스를 쳐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협의가 끝난 상태”라며 “(코스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처음 듣는다. 마라톤 대회 안 해봤냐. 안 해봤으면 알고 물어보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와 중구, 영종구청장 선거 예비후보자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인천투데이 보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서울신문은 대회 코스를 변경했다. 안전사고 우려가 큰 비포장 공사 구간을 마라톤 코스에서 제외하고 포장이 완료된 구간을 두 바퀴 왕복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주최 측은 코스 변경을 참가자들에게 공지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참가자에겐 환불해주기로 했다.

인천투데이 보도를 보면 서울신문이 코스를 하루 전에 바꾸면서 참가자들은 코스 변경이 급하게 이뤄졌고 주차장 확보가 미비해 대회준비 전반이 미숙했다고 평가했다. 대회 당일 집결지인 인천로봇랜드 주변에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어 주차난이 발생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집결지에서 2km 넘는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서 달리는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해무가 심해 출발이 늦춰져 당초 출발 시각인 8시30분보다 30분 늦게 이뤄졌다.
인천투데이에 따르면 대회 참가한 한 참가자는 “하루 전에 코스 변경이 웬 말이냐. 카카오톡 채널도 막아놔 문의할 수 없었다”며 “대회 당일에도 주차 문제로 어수선했다. 애초부터 미개통 도로를 코스로 허가한 인천시도 책임이 크다”고 했다.
안전문제의 구멍은 더 있었다. 마라톤 대회 보험 가입 기관인 스포츠안전재단에 대회 전날 코스 변경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신문이 사고에 대비해 스포츠안전재단에 '주최자 배상책임 공제' 상품에 가입했다. 이를 위해 마라톤 행사 개요와 코스를 제출했다. 그런데 서울신문이 하루 전 급하게 코스를 변경하고 이 사실을 재단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래 코스인 비포장 도로에서 마라톤을 강행했더라도 보상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한다. 주최 측이 안전 위험을 인지하고도 강행했기 때문이다.

영종지역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총체적 행정 실패이자 언론사의 무책임한 행사 주최로 인한 시민 안전 위협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위험에 내몬 명백한 안전 무시 행위”라고 비판했고 보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또 이번 행사가 청라 중심으로 진행되고 영종은 통과 구간으로만 활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인천투데이는 관련 기사를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5개를 썼는데 관련해 인천 지역의 다른 언론사에서는 해당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다. 모집인원이 5000명이고, 서울신문·인천시와 인천 중구 등 여러 기관이 연루됐고, 여러명의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목소리를 낸 사건인데 이를 외면한 것이다.
서울신문 측은 인천투데이의 첫 보도(27일자)에만 입장을 줬고 이후 인천투데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도 지난 4일 서울신문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5일 현재 답을 듣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30일 1면 사진기사를 통해 자사가 주최한 해당 마라톤 대회 소식을 실었다. 또한 이날 12면 한면을 털어 전날 마라톤 대회에 대한 기사 2개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는 당초 비포장 도로가 포함돼 안전문제가 지적돼 코스가 변경됐다는 얘기는 실리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대신 “이날 오전 일찍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인천 중·서부경찰서는 교통 통제 인력을 투입해 우회 차량 유도를 비롯한 현장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인천해양경찰서는 해사에 경비함정을 띄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고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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