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는 볼 것 없다"던 추사의 그림 전시회

유승목 2026. 4.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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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제주도에 귀양 갔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돌아왔다.

천하 명필 추사의 글씨보다 그림을 통해 추사의 본모습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이목을 끄는 전시다.

미술관 측은 "추사는 학문(서예)과 예술(그림)이 하나로 녹아든 경지에서 예술을 바라봤고,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추사는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정선의 그림을 두고 "볼 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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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그림 수업' 展
국보 '세한도'·보물 '난맹첩' 등
천하명필 김정희가 그린 명화
대구간송미술관서 7일부터 전시

추사, 평소 겸재 작품들 낮춰봐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의 그림 수업’에 전시 중인 국보 ‘세한도’.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1848년 제주도에 귀양 갔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돌아왔다. 8년간의 유배는 고됐지만, 예술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한층 깊어졌다. 엄동에도 푸르름을 지키는 소나무를 그린 국보 ‘세한도’가 이때 그려졌다.

시련의 시기를 상징하는 ‘세한도’를 비롯해 ‘불이선란도’ 등 추사의 대표작과 제자들의 그림을 한데 모은 전시가 7일부터 열린다.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의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이다. 천하 명필 추사의 글씨보다 그림을 통해 추사의 본모습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이목을 끄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67점의 작품이 4부에 걸쳐 소개된다. 1부는 ‘추사, 시대를 열다’를 주제로 추사의 유명작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계산무진’과 함께 자기 내면을 투영한 ‘고사소요’ ‘불이선란도’ 등 글씨 같은 그림, 그림 같은 글씨들이 걸렸다. 미술관 측은 “추사는 학문(서예)과 예술(그림)이 하나로 녹아든 경지에서 예술을 바라봤고,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 전시나, 지난 2월 재개관해 정선의 ‘박연폭포’를 걸어놓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을 다녀온 관람객이라면 특히 찾아가 볼만하다. 추사는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정선의 그림을 두고 “볼 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각을 세웠다.

가장 눈여겨볼 작품은 역시 추사가 유배 시기에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다. ‘새해가 올 무렵의 추위(세한)를 겪은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는 논어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것처럼 그림에는 소나무 두 그루와 잣나무 두 그루가 그려져 있다. 이상적은 ‘세한도’를 연경(베이징)으로 가져가 청나라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문인들에게 선보였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하며 발문을 남겼다. 발문이 계속 붙여지면서 세로 23cm에 가로 69.2cm 짜리 ‘세한도’는 가로가 15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한국의 대표적 수집가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고(故) 손창근씨가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작품이 영남 지역에서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세한도’는 다음달 10일까지만 공개되고 이후 추사 묵란의 정점을 보여주는 ‘난맹첩’으로 교체된다.

전시 2부 ‘1849년, 추사의 그림 수업’은 제자들의 그림으로 스승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2부는 제자들의 그림을 평가해 놓은 ‘예림갑을록’을 바탕으로 추사의 그림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김수철의 ‘계당납상’을 두고 ‘마음에 든다면서도 홍염(먹 번짐)이 과하다’고 하는 지적도 만나게 된다. 3부는 ‘예림(藝林)의 여덟 제자’로 제자들의 더 많은 작품을 접하게 된다.

4부 ‘추사의 향기 매화에 깃들다’는 추사 화파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희룡의 ‘홍백매도’를 비롯해 유숙, 김수철 등의 매화 작품으로 추사 화파의 변화와 성취를 확인하는 자리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19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학문과 예술의 거인 김정희와 제자들의 작품을 소개하게 돼 뜻깊다”며 “추사 화파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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