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다방서 교복 입은 7080…“좋은 인연 만나 기뻐”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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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웨딩홀.
신랑·신부 입장곡이 나오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날 스피커에서는 연신 7080 세대가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이는 이들이 종로구청의 '굿라이프 챌린지'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65세 이상 고령층 미혼 남녀라는 점뿐이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해주는 작업 역시 고독사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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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미혼남녀 만남의 장
19쌍 중 7쌍 커플 성사되기도
참가자 변신 도운 대학생 봉사자
“어르신 즐거워하는 모습 큰 보람”




이달 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웨딩홀. 신랑·신부 입장곡이 나오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날 스피커에서는 연신 7080 세대가 좋아할 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행사 초반 어색했던 분위기는 노래 맞히기 게임이 시작되자 사라지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검정 교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저마다 상대를 향해 수줍은 눈빛을 보내는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들의 미팅 현장이었다.
차이는 이들이 종로구청의 ‘굿라이프 챌린지’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65세 이상 고령층 미혼 남녀라는 점뿐이었다. ‘백설탕’ ‘비타민’ ‘달고나’처럼 각자 정한 별명이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단 이들은 1970년대 다방처럼 다이얼 전화기와 유리병 꽃다발이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사별이나 이혼 등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참가자들은 자녀와의 동거 여부나 평소 취미 등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쾌남’ 씨는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오래 했다”면서 “여행과 탐방을 좋아해 지금도 이곳저곳 자주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연애 상대를 넘어 동네 친구를 찾는 이들의 교류도 곳곳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고령층 참가자들은 이번 기회가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빈곤보다 정서적 단절을 견디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점에서다. ‘맥가이버’ 씨는 “혼자 있으면 문득 쓸쓸하고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며 “마음속 이야기를 툭 터놓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파트너가 된 ‘나보배’ 씨는 “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꼭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구청 추첨에서는 떨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오게 됐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19쌍 가운데 대화를 거쳐 서로를 이상형으로 지목한 7쌍이 커플이 됐다.
어르신들의 변신을 도운 청년들의 손길에서도 세대를 뛰어넘은 진지함이 묻어났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의 화장과 머리 손질에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탈모나 주름처럼 고령층 특유의 고민을 세심하게 읽어내기도 했다. 정화예대 동아리 ‘미드림’에 소속된 이상혁(21) 씨는 “머리숱이 늘 신경쓰인다는 분들이 많아서 볼륨을 살려 가려드리는 데 집중했다”며 “어르신들을 꾸며드릴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평소보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시켜주는 정책이 고령사회의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물질적 지원이 고령층의 생존을 돕는다면 공동체 연대는 질병과 고독사 등 사회적 난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한 차원 높은 안전망”이라며 “정서적 관계망이 두터워질수록 전체적 복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밑거름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해주는 작업 역시 고독사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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