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수백명 24시간 관찰 … 위험 신호땐 의사가 전화·왕진까지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4. 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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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데이터로 환자 관리…국내 첫 AI 적용 병원 가보니
의사와 AI 협력모델 실험
환자 앱 깔면 건강데이터 전송
혈압·혈당 실시간 모니터링
심뇌혈관질환 입원율 확 줄고
환자들 건강나이 1.3세 젊어져
"AI 활용하며 돌봄 공백 메워
AX로 일차의료 생태계 혁신"

"어? 잠시만요. 방금 위험군 환자가 한 명 추가됐어요. 이분께 지금 전화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서울드림의원, 인터뷰 중에도 시시때때로 모니터를 주시하던 홍윤철 원장(서울대병원 명예교수)이 갑자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환자의 현재 상태를 물어본 뒤 '위험 신호'가 포착된 이유를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까지 알려준 후에야 통화가 끝났다.

그의 진료실 책상에는 모니터 화면만 5개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는 환자 수백 명의 혈당, 혈압, 심박수 등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정상 수치는 파란색으로, 경고 혹은 위험 수치는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의료진은 이 의료 데이터를 참고해 환자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해 필요한 진료를 제공한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교수를 정년 퇴임한 홍 원장은 지난달 31일 '세상에 하나뿐인 동네 병원'을 개원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 의원'이다. 이곳은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만 진료하지 않는다. 홍 원장은 "수백 명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소견이 보이면 아프기 전에 의료진이 먼저 찾아간다. 매일 오후 3시 이후로는 방문진료를 위해 외래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수백 명의 건강 데이터는 홍 원장이 직접 개발한 앱 '스마트건강코치'로 수집한다. 그는 서울대병원 재직 시절 앱과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3년간 개발에 매진한 끝에 올해 초 출시했다.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앱에 등록된 환자는 300명이 넘는다. 사용자들은 앱으로 AI, 의료진과 소통하면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는다. AI는 사용자에게 맞는 식단을 만들어주고, 효과적인 요리법도 알려준다. 건강 수준에 맞는 운동법을 함께 알려주기도 한다.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건강지킴이가 24시간 옆에 상주하는 셈이다.

그동안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나왔지만, 스마트건강코치의 차이점은 의사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앱 사용자 중 이 병원에 따로 등록한 사람은 홍 원장이 직접 건강 상태를 관리한다. 홍 원장은 "기존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알아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곤 했다"면서 "의사가 직접 관리하고 적시에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는 게 우리 앱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스마트건강코치 앱 사용자가 이 병원에 연락해 등록을 마치면, 홍 원장의 본격적인 건강관리가 시작된다. AI는 중요한 건강지표 변화를 홍 원장에게 알려주고, 홍 원장은 사용자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한다. 의사와 환자가 직접 계약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관한 복잡한 법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홍 원장이 환자를 방문할 때는 바로 옆 사무실에 있는 '공드림통합돌봄센터'의 사회복지사도 동행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인 공드림과 손잡은 것은,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돌봄을 위해서다. 의료와 복지를 이어주는 것도 AI와 데이터다. 장지훈 공드림통합돌봄센터장은 "의료 취약자와 복지 취약자는 상당 부분 겹치는데, 기존에 놓쳤던 부분을 데이터가 촘촘하게 채워준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라도 데이터 기반의 일차의료는 필수"라고 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확실하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100세 노인 최 모씨는 AI 건강코치를 만난 후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스스로 앱에 본인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AI가 만들어주는 건강보고서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 건강보고서에 적힌 그의 건강나이는 89세였다. 홍 원장이 방문하면 환자들은 "의사가 나를 위해 직접 와주니 버림받은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고 말한다.

서울대 의대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AI와 디지털기기로 건강관리를 받은 환자들은 건강나이가 한 살 이상 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기를 사용한 65세 이상 환자들은 100일 만에 건강나이가 평균 71.4세에서 70.1세로 1.3세 줄었다. 건강나이는 생활습관, 신체 기능, 노화 등을 종합 평가한 몸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세부적인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는 뚜렷했다. 65세 이상 환자들의 심뇌혈관질환 입원 발생 확률은 18.1%에서 16.9%로 감소했다. 체질량지수도 0.2㎏/㎡ 감소했고, 혈압과 혈당도 각각 2.7㎜Hg, 5.3㎎/㎗ 줄었다. AI를 이용한 일차의료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형 병원뿐 아니라 동네 의원 등 일차의료기관의 AI 전환(AX)도 절실한 이유다. 홍 원장과 장 센터장은 '일차의료기관-돌봄센터-AI'의 결합 모델이 향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일차의료 모델이라고 제안했다. 홍 원장은 "한국은 전문의들이 개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AI와 데이터를 활용하면 훨씬 촘촘한 일차의료 생태계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현재 환자가 수도권 상급의료기관에만 쏠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은퇴한 대학병원 교수들에게도 매력적인 모델이다. 개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앞으로 은퇴 교수들이 많아질 텐데, AI를 활용한다면 일차의료와 돌봄을 혁신할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산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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