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급차질에 종량제봉투 사재기…10년 전 대안 개발한 이 기업

이미지 기자 2026. 4. 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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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인테크, 폐비닐 100% 활용 생산
나프타 수급 차질 속 공급 안정 재조명
선순환 경제 구조·200억 원 예산 절감
재활용품으로 종량제봉투를 제작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인곡리 인테크. 박인숙(왼쪽) 팀장과 이영상 대표가 종량제봉투를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낮게 깔린 기계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웅' 하는 압출기 소리와 '탁탁' 봉투가 절단되는 리듬이 반복해 들린다. 뜨겁게 달궈진 플라스틱 특유의 냄새와 열기가 공기 중에 퍼져 있다. 한쪽에서는 막 생산한 종량제봉투에 스티커를 붙이고 상자에 담는 직원들 손길이 분주하다. 컨베이어벨트 위로는 노란색, 분홍색 봉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인테크는 2015년 폐비닐 100%로 종량제봉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10년 넘게 재활용 원료로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봉투를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만드는 것. 연간 200t 재생원료로 종량제봉투 300t을 생산한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공장에는 폐비닐을 가공한 원료가 쌓여 있다. 이영상(70) 인테크 대표와 박인숙(69) 품질관리팀장은 농업용 하우스 필름과 공업용 필름, 축산용 포장비닐로 만든 원료를 한 줌 퍼올렸다. 박 팀장은 "이게 다 쓰레기였지만 지금은 종량제봉투 원료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로 석유 수입길이 막히면서 생필품 시장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종량제봉투를 비롯해 화학제품 공급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프타는 화학제품의 기본 소재로 국내 수요 55%는 정유사 생산으로 충당하지만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생필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 심리는 종량제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구매 수량을 제한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도 있다.
재활용품으로 종량제 봉투를 제작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인곡리 인테크. 이 대표가 폐비닐을 가공해 만든 종량제봉투 원료를 보여주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 대표는 "이미 대안은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안테크는 몇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한 번 쓰고 버리는 제품에까지 나프타 원료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이 합리적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꾸준히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다.

인테크는 최근 중동 사태로 주문이 밀려들면서 휴일 없이 24시간 설비를 돌리고 있다. 이 대표가 생산 라인 앞에서 봉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양손으로 힘껏 벌리자 '챙챙' 소리가 나면서 찢어지지 않는다. 그는 "보통 재생원료로 만들면 약할 거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더 질기게 만드는 게 우리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늘어나지만 찢어지지 않는 종량제봉투를 만들고자 각 원료 배합을 최적화해 강도를 높였고, 쓰레기를 채워 세워도 넘어지지 않는 원통형 봉투도 개발했다. 또 종량제봉투의 가짜 유통을 막고자 도입된 정보무늬(QR코드) 등 위변조 방지장치가 제 역할을 못하자 봉투 아랫부분 접착면에 기초지방자치단체명을 삽입했다.

모두 특허를 받았다. 종량제봉투 겉면에는 '이 봉투는 재생원료 100%와 대기환경 보호를 위해 수성잉크를 사용하였으며 위조방지 기능을 갖춘 친환경 쓰레기봉투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럼에도, 시장 확대는 쉽지 않았다. 종량제봉투는 일반 소비재가 아니라 공공조달 방식으로 공급된다. 입찰 과정에서 장애인 기업 등에 가점이 부여되는 구조여서 진입이 제한적이다. 여기에 지역 업체 민원이 더해지면서 외지 기업이 판로를 넓히기 어려운 구조다.

인테크가 100% 재생제품을 개발했지만 납품하는 자치단체는 10곳 안팎에 그친다. 전국 226개 시·군·구의 3.7% 정도다. 10년 넘게 기술을 유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오히려 최근 5년 사이 거래처가 줄어들기도 했다.

박 팀장은 "기술보다 더 큰 장벽은 제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또 재생이라고 하면 품질이 떨어질 거로 생각하지만, 직접 써보면 다르다"며 봉투를 한 번 더 들어 보였다.
재활용품으로 종량제봉투를 제작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인곡리 인테크./김구연 기자

정부는 최근 나프타 수급 차질이 현실화자 재생원료 활용 확대를 검토한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폐비닐을 활용한 재생원료는 단순한 친환경 대안을 넘어 '공급 안정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쓰고 버리는 비닐은 연간 3만 5000t으로 종량제봉투 원료는 이미 충분하다.

이 대표와 박 팀장은 지난 3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김 장관은 이날 인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종량제봉투 생산을 점검하고,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업계 간담회를 했다.

박 팀장은 "정부는 나프타 수급불안에 대응하고자 쓰레기 종량제봉투 제작 때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의무화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김 장관은 우리만 보유한 기술 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 줄 수 있는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었고, 우리는 품질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차례 정부를 찾아 폐비닐로 봉투를 만들자고 한 제안이 대외적인 위기 속에서 해법이 된 셈이다"고 덧붙였다.
재활용품으로 종량제 봉투를 제작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인곡리 인테크. 이영상(왼쪽) 대표가 질김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구연 기자

폐비닐을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대안이다. 1년에 쓰고 버리는 종량제 봉투는 18억 장으로 추산된다. 이를 모두 나프타 기반 신재원료로 생산하면 750억 원이 든다. 반면 재생원료를 활용하면 520억 원 수준으로 줄여 그만큼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대표는 "10년 전부터 재생원료 전환을 제안해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며 "당시 더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면 이번과 같은 혼란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책과 시장이 함께 움직인다면 충분히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