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지옥문” vs 이란 “결사항전”… ‘중동 초토화’ 현실로?

이규화 2026. 4. 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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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끝장공격” 잇단 으름장
발전소·다리 등 대대적 폭격 예고
이란 “폭력에 굴복 않겠다” 의지
상호 확증파괴 형국에 확전 우려
미군이 지난 3일(현지시간) 폭격해 파괴한 테헤란 근교의 B1 다리. 완공을 앞둔 상태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협상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5일,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은 외교적 타협이 아닌 전면적 파괴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지옥”을 언급하며 최후통첩과 보복을 주고받는 가운데, 중동 전역이 전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옥의 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며 이란을 거듭 압박했다. 그는 앞서 제시한 열흘간의 협상 유예 기간을 상기시키며,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군사작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 시한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란 내 석유화학 단지와 부셰르 원자력 시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이란 국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부셰르 원전은 전쟁 발발 이후 네 차례나 공격을 받았으며,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적 우려를 낳았다.

미국 언론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습이 단순한 군사적 압박을 넘어 이란의 핵 및 에너지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가 “협상 실패 시 전면 타격”이라는 시나리오를 이미 준비해 두고 있으며, 발전소와 정유시설, 심지어 사회기반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발언이 단지 수사가 아니라 실제 군사 옵션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위협과 시한 설정으로 이란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란 의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제 해상물류망 핵심 고리 봉쇄를 압박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이는 글로벌 원유 및 물자 수송의 핵심 경로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조치로,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우호 무장세력을 활용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예멘의 후티군,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연계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후티는 이스라엘 주요 공항과 군사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걸프 국가들이 미국을 지원할 경우 해협 봉쇄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중동 전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4일 이란 영토 내에서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무기체계장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며 군 사기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대의 항공기를 동원한 대규모 작전이었다고 강조하며 이를 공개적으로 치하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작전이 향후 군사행동 확대에 대한 정치적 명분과 자신감을 동시에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양측이 호언한 공격목표가 실제로 타격된다면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발전소, 정유 및 담수화 시설, 교량 등 핵심 인프라를 대규모로 타격할 경우, 이란 역시 중동 내 미군 기지와 걸프만의 미국 동맹국들의 석유 및 수자원 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미 일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시설이 공격 받은 전례도 있어, 민간 영역까지 전쟁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중동 전체의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타임스는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두 해협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을 “현대 글로벌 경제의 동맥이 끊길 수 있는 위기”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망이 동시에 마비될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를 뛰어넘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시한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예고한 대규모 공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 또한 전면 보복을 천명한 만큼, 충돌은 걷잡을 수 없는 확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동 전역의 석유·가스 시설과 주요 인프라가 동시다발적으로 타격받는 ‘초토화 시나리오’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릴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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