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치광이, 누가 설득 좀”…이란 원전 4번째 공습당해

천호성 기자 2026. 4.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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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이란 중부 이스파한 지역 바하레스탄에서 화염과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이란에 ‘48시간 최후통첩’을 날린 가운데, 미국·이스라엘은 이란 에너지·산업 시설을 강하게 타격했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은 “미·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에 따라 4일 아침 한발의 발사체가 (이란) 남서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인근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경비원 1명이 사망했고 원전 부속 건물이 파괴됐지만, 원자로 등 주요 시설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부셰르 원전이 공격받은 건 지난달 17일 이후 이번이 4번째다.

이란 정권은 ‘방사능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원전 공격을 규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런 공격이 방사능 낙진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이란 수도 테헤란이 아니라 걸프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도 원전 일대 공습이 방사능 물질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주변의 방사선 수치 상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라파엘 그로시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엑스를 통해 “핵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군사행동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더욱 격한 어조로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엑스에 아랍어로 올린 글에서 “걸프 국가 정부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 이 미치광이(트럼프 대통령)가 이 지역을 불덩이로 바꾸기 전에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라”고 썼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지역 내 친미 국가들이 군 기지 등을 미국에 지원하지 말고, 전쟁 중단을 설득해 달라는 뜻이다.

그는 영어로 쓴 엑스 글에서도 유엔, 중국·러시아 정부, 유럽연합 이사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이 광기를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 것도 없는가?”라고 썼다.

이란 석유화학 시설도 미·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다. 이란 반관영 이스나(ISNA) 통신은 이날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발리올라 하야티 부지사를 인용해 “후제수탄주 반다르에마흐샤르 석유화학 특별경제구역 내 기업들에 대한 미·시오니스트 적들의 공격으로 5명이 순교(사망)했다”고 밝혔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회사 세곳이 폭격당해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산업시설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공개한 대국민 영상 성명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테헤란의 테러 정권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약속했고,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며 “이날 우리는 그들의 석유화학 중심지를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석유화학·철강 산업) 두 분야는 우리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테러 전쟁에 자금을 대는 기계”라고 주장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수뇌부뿐 아니라, 각종 민간 기반 시설을 향해 공습을 넓히는 추세다. 호세인 시마이 사라프 이란 과학부 장관은 2월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날까지 30개 이상의 이란 대학이 “직접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엔 미군이 테헤란과 카라지를 잇는 교량을 공습해 최소 8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쳤다. 이중엔 다리 아래서 쉬던 가족도 있었다.

르몽드는 “(미·이스라엘의) 초기 목표는 이란 정권을 약화시켜 민중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었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제는 이란의 군·산 복합체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이란을 고통 속에 굴복시켜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은 걸프 국가들의 산업단지와 담수화 시설을 때려 보복했다. 쿠웨이트 에너지부는 5일 성명에서 “두 곳의 전력·담수화 시설이 적 드론의 표적이 됐고, 이에 따라 상당한 물적 피해가 발생해 전력 생산 설비 두기가 가동을 멈췄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이르나 통신에 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쿠웨이트 내 미군 군사시설과 아랍에미리트의 알루미늄 산업 시설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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