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사우디 美기지 낱낱이 공개…美 “군사 감시” 경계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2026. 4.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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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위치 등 SNS 생중계 논란]
위성사진 등 공개정보 AI로 분석
“이란전쟁 50일전 예측” 과시까지
전문가들 “과장 광고” 분석에도
정교한 재구성 능력은 안보 변수
이란 등 적대국 우회지원 우려 커
美, 위성데이터 접근 차단 맞대응
미자르비전이 자사를 소개하며 공개한 위성사진. 미 공군이 주둔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로 최근 이란 공격을 받아 주요 전력이 파괴됐다. 사진제공 미자르비전

중국 방산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기업과 달리 통제하기 어려운 중국 기업들의 부상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이란 전쟁과 관련한 미군의 군사 활동을 상세하게 분석한 게시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라 게시했다. 이 정보는 위성사진과 항공기 위치정보(ADS-B),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등 공개 정보를 AI 모델로 분석해 추출한 결과다.

항저우 소재 미자르비전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5일 미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와 제럴드R포드호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면서 중동에 집결한 미군 병력의 모습을 SNS에 올렸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인근 지역 미군기지에 집결한 전투기 종류와 기종까지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미자르비전이 공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는 이란의 공습으로 미군 핵심 전력인 조기경보통제기와 사드 레이더가 파손된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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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항저우에 있는 징안테크놀로지도 전쟁 초기 미 공군 B-2A 스텔스 폭격기 2대의 교신을 녹음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이를 공개한 뒤 논란을 의식해 삭제했다. 회사 측은 홍보 게시물을 통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미 해군 함정 100척 이상, 군용기 수십 대, 군사 관련 이동 10만 건 이상을 포착했다”며 50여 일 전부터 전쟁을 예측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스텔스 폭격기 교신을 실제로 감청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과장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민간기업이 공개 정보를 분석해 군사정보를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례들은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당국자는 WP에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중요한 문제는 그들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을 내세워 이란을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겉으로는 민영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중국군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자르비전은 인민해방군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에 필수적인 ‘국가 군사 표준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판 팰런티어’로 불리는 징안테크놀로지 역시 중앙군사위원회와 공안, 국가안전부 등 군·치안·정보기관을 두루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슈크 연구원은 “기업이 국가에 의해 운영되거나 국가와 협력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민간기업’”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초기부터 민간 혁신을 군사 분야에 응용하는 ‘군민융합’을 최상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96억 위안(약 13조 690억 원) 규모의 군민융합 산업투자펀드 2기를 조성했다. 2018년 설립된 1기(510억 위안) 대비 16% 증액된 수치다. 2024년 기준 군민융합 산업 총생산액은 7조 3000억 위안으로 이 중 민간 생산액만 6조 2700억 위안을 차지했다. 중국 관영 매체 등은 이번 사례를 상업 위성을 통한 미군 동향 포착 사례로 소개하며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미자르비전의 활동을 직접 거론하며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기업들이 AI를 미국에 대한 전장 감시 도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가 본사인 플래닛랩스는 4일 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란과 중동 분쟁 지역의 위성 영상 제공을 무기한 유보한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미자르비전을 포함해 해외 유출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WP는 “과거에도 미자르비전이 플래닛랩스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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