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고맙다"...우승 꿈 이뤄준 선수들 앞서 '수도꼭지' 사령탑 [MHN 현장]

(MHN 장충, 권수연 기자) 감독 커리어 첫 우승을 거둔 승장의 눈가가 또 다시 뜨거워졌다.
GS칼텍스가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6시즌 진에어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25-15, 19-25, 25-10, 25-20)로 꺾고 승리했다.
챔피언결정전은 5전 3선승제로 열린다.
GS칼텍스의 우승 탈환은 쉽지 않았다. 심지어 파이널까지 올라올 것이라 예상하는 여론도 많지 않았다.
정규시즌 전후반기를 통틀어 GS칼텍스의 순위는 3~4위 싸움을 오르락내리락했다. 흥국생명과 어깨를 붙이고 준플레이오프(PO)에 오르기 위해 치열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 선두 경쟁까지 넘볼 정도로 기세가 좋았지만 단기전에서는 실바의 무서운 화력을 이기지 못했다. '무적 실바'를 등에 업은 GS칼텍스는 그대로 포스트시즌 내리 6경기를 이겼고 마침내 파이널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사령탑 이영택 감독은 커리어 사상 세 개 구단을 지휘했고 GS칼텍스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정관장의 전신인 KGC인삼공사에서 대행으로 지휘하다 정식 승격했지만 봄배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남자배구로 짤막하게 경험치를 쌓고 돌아온 그는 2023-24시즌이 끝난 후 차상현 감독의 뒤를 이어 GS칼텍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첫 시즌은 지난했다. FA 최대어였던 강소휘가 한국도로공사로 떠나는 등 팀의 리빌딩이 진행되며 최종 6위에 그쳤다. 실바의 '몰빵 배구'가 괴력을 발휘했지만 봄배구에 오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2025-26시즌에도 중위권에서 어깨를 비비던 팀은 기적적으로 준PO에 올랐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이널 우승까지 도달했다.
경기 후 챔피언 티셔츠를 입고 기자들과 다시 만난 이영택 감독의 눈시울은 벌개져 있었다.
그는 "꿈만 같다"며 "어쨌든 지도자를 시작하고 나서 꿈꿔왔던 자린데 선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어 고맙다"며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눈가가 촉촉하다'고 말하자 그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꾸 울어요"라고 울먹이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하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일문일답
- 소감이 어떤가?
꿈만 같다. 어쨌든 지도자를 시작하고서 꿈꿔왔던 자린데 선수들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어 고맙다.
- 실바에 대해서 뭉클했을텐데 한 마디 해달라.
정말 대단하다.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3세트에 실바가 무릎 통증이 올라와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그럼에도 빼주지 못하는게 미안했다. 또 그걸 본인이 이겨냈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 전반기 5위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봄배구를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였다. 파이널 우승을 예상했나?
전혀 예상을 못했다. 일단 '봄배구만 가보자'라는게 첫 목표였다. 저희가 훈련 과정에서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 초반에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희 목표는 애초에 한 20승 정도였다. 정규리그때 한 경기가 부족하긴 했다. 또 올해 정규리그는 너무 혼전이었다. 정규 경기를 하는 내내 저도 선수들도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에서 봄배구가 결정이 되면서 제 생각도 그랬고, 주변에서도 우리에게 실바라는 엄청난 에이스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단기전에서는 해 볼 만할 것'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 역시 실바가 해줬다(웃음) 선수들이 지금 거의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한 경기라도 졌다면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지 않고 잘 이겨내줬다. 선수들이 해낸 결과다.

- 포스트시즌 6게임을 모두 이겼다. 가장 힘든 경기는?
준플레이오프가 가장 힘들고 부담됐던 경기였다. 단판승부였고, 흥국생명한테도 홈에서는 다 이겼다고 자신감을 표했지만 사실 쉬운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
- 감독 입장에서 기량발전상을 주고 싶은 선수 한 명을 뽑자면?
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진짜 많이 늘었다. 유서연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해내고 있다. 권민지도 시즌 내내 자기 몫을 다 해줬다. 누구 하나를 뽑기가 너무 힘들다. 최가은도 5라운드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하면서 포스트시즌 내내 활약해줬다. 누구 하나 뽑기가 너무 힘들다. 다들 많이 성장한 시즌이 아닌가 싶다.
- 권민지의 세리머니가 팀에 어떤 영향을 줬나?
그런 기운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도 본인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권민지가 그 정도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고 세리머니를 크게 함으로서 코트 분위기를 좋은 흐름으로 가져올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권민지도 그렇고 최가은이도 그렇고 모든 선수들이 그런걸 준비하면 좀 가벼워보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유했다.
- 1세트가 중요했다고 생각이 든다. 블로킹이 아주 잘 됐는데, 특별한 지시가 있었나?
우리가 블로킹을 잘 뜨기 위해서는 서브를 잘 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 서브 공략이 잘 됐고, 어쨌든 우리가 시리즈를 리드하면서 도로공사 선수들이 급해질거라 예상했다. 초반에 들어가면서 '어딜 막자' 뭐 이런 얘기를 하고는 들어갔는데 배구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선수들이 상황 대처 능력이 좋았다.
- 상대에 사령탑이 있었다면 어떨 거 같나?
어려운 이야기다. 김종민 감독님하고는 대한항공에서 선수 생활도 같이 했다. 선수-코치, 뭐 감독 이렇게 하셨던 선배시다. 제가 또 많이 배우는 입장이다. 저는 감독님에 비하면 경험도 적다. 사실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거다. 또 김영래 대행도 저랑 같이 했던 후밴데, 저도 지도자를 하면서 감독대행으로 시즌 중에 갑자기 팀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되면 굉장히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게 또 챔프전이라 김 대행은 부담감도 있었을거다. 김종민 감독님이 함께 못한건 아쉽다.
- 오세연이 빨리 돌아온게 호재였던거 같은데?
다치는 순간에 부상이 너무 컸고 아파하더라. 시즌 아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빠른 복귀는 선수의 의지였던 것 같다. 의료진이 잘 봐준 것도 있지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이 안 된 상황에서도 본인이 경기에 나온건 자기 의지가 강한거다.

-지난 두 시즌 돌이켜보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평가라는 것이 제가 스스로 하긴 좀 그렇다. 직전에는 연패 기록도 길었고 겨우 꼴찌를 면하는 등 형편없는 감독이었다. 올 시즌 선수 구성도 레이나 하나 추가된 것 말고는 진짜 그대로였는데 이렇게 마지막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하는 바람에 우리 경기수가 제일 많다. 근데 이걸 다 선수들이 극복을 해줬다.
- 미약하게나마 차기 시즌 그림은?
일단 우리도 FA 선수들이 내부에 있다. 지금 챔프전까지 하느라고 일절 선수들과 대화를 못했다. 붙잡아 둘 수 있게 노력하겠다. 실바와도 대화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은퇴하지 않는다면 우리랑 계속 함께 할 수 있게 해보려고 한다. 지난 시즌같은 경우는 봄배구를 못 갔어서 계속 시즌 후반부터 얘기를 했고 비교적 빨리 결정했는데 이제부터 부지런히 해보려 한다. FA 시작이 열리면 모든 선수들과 저는 한번씩 직접 만난다.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선택해보도록 하겠다.
- 선수단 일정은 이제 어떻게 되나?
이제 우승을 저도 처음 해봐서(웃음) 선수들이 휴가를 보내달라고 하더라. 선수들이 일단 쉬기는 쉬어야 한다. 많이 힘들어한다. 우승하면 근데 뒤에 행사들이 많더라. 좀 있으면 또 FA 기간이 시작되니까 선수들은 쉬고, 저는 계속 일하겠다(웃음)
사진=KOVO, 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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