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원 대만 국민당 대표 “내 방중은 가뭄의 단비”…중국은 청명절 맞아 “대만 통일” 강조
방중 앞두고 대만 국방예산법 처리 지연
국민당 내부에서도 비판, 민심역풍 우려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이 오는 7일부터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정 대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유력한 가운데 대만에서는 이번 방중이 중국의 대만 분열 전략에 이용된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방중에 앞서 열린 청명절 행사에서도 대만 통일을 강조했다.
5일 대만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정 주석은 방중을 앞두고 이날 국민당 원로인 왕진핑 전 입법원장과 우보슝 전 국민당 주석을 만나 자신의 방중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과의 접촉을 통해 대만 기업과 산업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면서 이번 방중이 오는 11월 지방선거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7일 저녁 상하이에 도착해 8일 난징에서 쑨원릉을 참배하며 9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12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정 주석의 이번 방중은 2005년 롄잔 전 국민당 주석의 방중과 국공회담을 벤치마크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6~2000년 부총통을 지냈던 롄 전 주석은 국민당이 야당이던 2005년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중국은 렌 전 주석의 귀국에 맞춰 중국 국민의 대만 여행 규제를 폐지하고 대만산 과일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확대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내놓았다.
3년 후 열린 2008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이 승리해 마잉주 총통이 집권했다. 정 주석은 당시 국민당 대변인이었다. 롄 전 주석의 아들 롄성우 대만 양안 평화발전 기금회 집행위원장도 이번 방중단에 포함됐다.
정작 국민당에서는 민심 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대만 통일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드러내는 등 2005년과 달라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 주석이 무모한 모험을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민당이 국공회담 성사를 위해 국방 강화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대만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는 오는 9일 ‘국방력 강화 및 비대칭전 능력 향상 계획 조달을 위한 특별법안’ 초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국민당은 15~16일로 연기를 요청했다. 앞서 국방예산을 두고 민진당은 1조 2550억 대만 달러, 국민당은 3800억 대만 달러를 제시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국민당 온건파들은 이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당 고문인 쩡파원은 “정 주석의 행보는 중국이 시 주석의 지지가 국민당의 선거승리를 위한 구제금융이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2028년 총통선거에서 유력한 국민당 후보로 거론되는 류슈옌 타이중 시장은 1조달러의 국방예산안을 제안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국민당 내에서는 정 주석의 방중이 오는 11월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짙다고 전해진다.
궈야오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지난 3일 “라이칭더 총통이 정치적 전제 없이 평등과 존엄에 기반한 건전하고 질서 있는 양안 교류를 지지한다”며 정 주석 출국 전 국민당이 국방예산 법안에 협력하기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5일 열린 청명절 기념행사에서도 대만 통일을 강조했다.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와 이날 산시성 황제릉에서 제사를 거행하면서 “역사는 대만의 수복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며, 우리는 간절히 귀환을 원하고, 통일의 흐름은 독립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제는 중국 문명의 시조로 여겨지는 신화적 인물이다.
대만을 포함시킨 34개 지방정부 대표와 각 민족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제사는 중국중앙TV(CC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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