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외국인 12일 만에 삼성·SK하이닉스 재매수
반도체 저가 매수 집중…실적 기대 반영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투자 심리 회복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으로 대규모 자금을 빼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섰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일 코스피 시장에서 8천85억원을 순매수하며 12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후 매도세를 이어가던 흐름이 멈춘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 1조8천760억원을 순매도한 뒤 같은 달 31일(3조8천386억원)까지 9거래일 연속 조 단위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이후 이달 1일(6천411억원), 2일(1천368억원)에는 매도 규모를 줄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3일 들어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매수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3천656억원, 삼성전자를 980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던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11조1천370억원, SK하이닉스 6조2천853억원을 순매도했다.
실적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36조8천902억원, SK하이닉스를 31조5천627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흐름이다.
중동 전쟁 이후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는 상당했다. 지난달 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누적 순매도 금액은 36조6천491억원에 달한다. 3월 한 달 기준으로도 35조8천806억원이 빠져나가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이후 종전 기대는 약해졌지만, 군사 충돌 기간이 2~3주로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기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가 열릴 경우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가격 급등 압력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 환경 개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복귀 계좌(RIA) 도입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추진 등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이 조성되면서 수급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