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한자루로 버틴 F15 장교... 그걸 구해낸 네이비실·CIA
“네이비실 최정예 ‘팀6′ 적진 투입... 사상 최고난도 작전”
미군, 특수작전기 2대 고립되자 폭파

이란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상공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망에 격추됐던 미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에 탑승했다가 비상 탈출한 장교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방불케 했다. 부상당한 채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 장교는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이란군의 추격을 피했고, 그사이 미군은 최정예 특수부대원을 비롯해 수백 명의 병력을 동원해 승무원을 구조했다.
5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F-15E 전투기는 지난 3일 이란군 대공망에 걸려 추락했다. 이 전투기에는 조종사와 무기 체계 장교 등 2명이 탑승했다가 비상 탈출했다. 이 중 조종사는 현장에서 신속히 구조됐으나 무기 체계 장교의 행방은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이란은 막대한 현상금까지 내걸며 미군 실종자 신병 확보에 나섰다.

NYT는 " “이번 구조 작전은 부상당한 공군 장교를 구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군 사이에 이틀 동안 이어진 사활을 건 추격전 끝에 이루어졌다”며 “이 작전은 특수부대원을 적진 깊숙이 침투시킨 토요일 한밤의 위험한 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해군 네이비실 팀6 (Navy SEAL Team 6) 대원들이 수백 명의 특수부대원과 기타 군 병력이 참여한 대규모 작전을 통해 실종 장교를 구출했다고 NYT는 전했다.

적진 후방에 홀로 남겨진 이 장교는 산악 지대 갈라진 틈새에 몸을 숨기며 이란군의 포위망을 24시간 넘게 피해 다녔다. 이란군의 추적을 피해 약 2130m 높이의 능선을 넘기도 했다. 그가 지닌 무기는 호신용 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고 한다. 퇴역 군인 마크 맥컬리는 CNN에 “이 장교는 비상 탈출해 부상을 입은 상태에다 물도 아주 조금 지닌 채 추격자들을 피해 황무지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라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극도로 위험한 작전이었다”고 했다.
초기에는 이란과 미군 모두 실종 장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는 구조대와 연락하기 위한 비상 무선 장치(비콘)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란군이 신호를 감지할 것을 우려해 무선기 사용을 극도로 자제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 장교가 지난 3일 보내온 초기 교신을 통해 그를 추적했다.
미국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장교 구하기에 나섰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장교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동안 이란군을 혼란시키기 위해 이 장교가 이미 구조돼 지상 호송대를 통해 국경을 넘고 있는 것처럼 ‘기만 작전’을 펼쳤다.
다만 추락 지점이 이란 정부에 대한 반감이 거센 지역이라, 현지 주민들이 은밀히 피난처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CIA는 현지 민간인 조력자들과 접촉해 생존을 돕는 이른바 ‘비정규 지원 복귀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CIA에서 장교 위치를 전달받은 미군은 대규모 작전에 나섰다. 미군 전투기와 헬기 수십 대가 이란 영토 깊숙이 투입됐다. 특수작전 대원을 비롯한 군 병력 수백 명을 작전에 투입했으며 최정예 ‘네이비실 팀6’가 구출을 주도했다. 네이비실 팀6는 2011년 CIA와 합동으로 전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전 알카에다을 사살한 팀으로 네이비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CNN의 수석 안보 분석가 짐 슈토는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 미군 전투기는 적의 포화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저고도 비행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미군 전투기는 장교의 은신처에 이란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폭탄을 투하하고 사격을 가했다. 특수부대원들은 이란군이 구조 현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격을 했지만 이란군과 직접 교전은 없었다고 NYT가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사이버전 사령부는 우주 위성과 사이버 자산을 동원해 실시간으로 전장 정보를 쏟아냈다.
구조 막판까지도 위기는 계속됐다. 병력과 구출 장교를 태우고 이륙하려던 수송기 두 대가 이란 내 외딴 기지에 고장으로 고립됐다고 한다. 적군에게 포위될 수 있는 순간에 미군 지휘부는 인근 기지에서 예비 수송기 3대를 급파해 대원 전원을 무사히 빼냈다. 동시에 미군은 철수 직전 군사 기밀과 장비가 이란군에 노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버려진 수송기 두 대를 그 자리에서 완전히 폭파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출 작전 과정에서 미군 특수작전 항공기 MC-130J 2대가 지상에서 폭파됐다고 작전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MC-130J는 적진 깊숙이 침투한 병력을 철수시키는 데 사용되는 특수작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그는(구출 장교) 부상을 입었지만 괜찮을 것”이라며 “미군 사상자는 없었다”고 했다. 구출된 장교는 치료를 위해 쿠웨이트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진다.
작전에 정통한 미군 고위 관계자와 전현직 관리들은 “미군 특수 작전 역사상 가장 어렵고 복잡한 임무 중 하나였다” “미군이 이란군과의 사활을 건 추격전 끝에 작전을 성공시켰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미군 특수부대뿐 아니라 육해공 자산이 총동원돼 ‘거의 전면전과 다름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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