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린 옷부터 먼저 올렸다…중동사태가 부른 ‘수상한’ 옷값

김수연 2026. 4. 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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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상품인데 본사에서 인상 공지를 받고서 1만원 올렸어요. 할인을 해도 모자랄 재고를 정상가보다 올린 경우는 처음 겪네요."

실제로 신성통상이 최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의 대표 브랜드 '폴햄'의 점주들은 최근 본사로부터 '비닐을 아껴 쓰라'는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일부 이월상품 가격을 1만원씩 인상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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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상품인데 본사에서 인상 공지를 받고서 1만원 올렸어요. 할인을 해도 모자랄 재고를 정상가보다 올린 경우는 처음 겪네요.”

봄 신상품이 쏟아지는 서울의 한 의류 매장. 반품을 앞두고 떨어져야 할 철 지난 겨울 이월상품 가격이 되려 25%나 올랐다.

중동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단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자, 가격 인상 눈치를 보는 패션업계가 손실 보전 방편으로 ‘이월상품 가격 인상’ 카드까지 꺼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성통상이 최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의 대표 브랜드 ‘폴햄’의 점주들은 최근 본사로부터 ‘비닐을 아껴 쓰라’는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일부 이월상품 가격을 1만원씩 인상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경기도에서 폴햄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3만9900원이던 이월 상품인 우븐 폴리에스터 점퍼 가격을 4만9900원으로 올리라는 본사 공지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며 “이월 재고는 반품 시점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중동전쟁으로 원단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니 손실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까지 내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막 봄 신상품들이 출시됐는데 바로 옷값을 올릴 수 없으니 이월상품 가격을 손보는 거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폴햄 매장 점주도 “겨울 이월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전진배치 했던 것들을 아예 매장 뒤쪽으로 뺐다. 꼭 이 제품을 사야겠다는 사람들만 찾아서 사가라는 거다”며 “이월 상품은 고객들이 싼 값에 사가는 제품인데, 가격을 올려버렸으니 구매를 권하기도 곤란한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 점주는 “니트 이월상품이 3만9900원에 책정돼 있었는데 전쟁 상황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하고 있다”며 “4만9900원까지도 갔다가 다시 3만9900원이 되기도 한다. 원래는 지금쯤이면 가격이 더 떨어지는게 정상인데 본사에선 인하하겠다는 얘기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폴햄 운영사인 에이션패션 관계자는 “백화점에 납품되는 경우, 백화점 자체 할인쿠폰까지 붙게 되면 가격대가 너무 낮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사태 때문에 가격을 조정한 것은 아니고,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패션업계 전반에 가해지는 비용 상승 압박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르면 두 달 후부터 원가 상승 부담이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의류 기업들은 통상 3~6개월 정도의 생산 리드타임을 두고 움직인다”면서 “현재는 국제유가와 운임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원단, 부자재, 물류비 전반에서 원가 부담이 선행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여름 중반 이후 일부 비용 부담이 반영되기 시작해 가을·겨울 시즌부터 원가 상승이 뚜렷히 제품가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요 브랜드들은 이미 봄·여름 시즌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상태라 단기적으로 매장 가격이나 재고 상황에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추가 생산분이나 리오더 물량부터는 가격 인상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는 석유화학 제품과 직접 연결돼 있어 유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원단가뿐 아니라 포장재와 운송비까지 함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이 길어지면 소비자가격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기업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바로 꺼내기는 쉽지 않은 만큼, 비용 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할 대책 마련에 업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일괄적인 가격 조정보다는 조달선 다변화, 선발주 확대, 핵심 품목 중심 운영, 운송 방식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물류 구조를 점검하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걸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챗GPT로 그린 일러스트.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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