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수백명 투입·이란군과 이틀간 ‘격렬 교전’···긴박했던 실종 미군 구출작전
특수부대 수백명·항공기 수십대 투입 작전
“이란군과 격렬한 총격” 보도도
이란군, A-19 공격기에 드론도 격추시키며 ‘대공 능력’ 과시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F-15E 전투기에 탑승했다 실종된 미군 장교가 미군 특수부대가 투입된 대규모 구조 작전 끝에 36시간 만에 만에 구조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또한 실종 미군 추격에 나서면서 구조 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군 전투기가 이란군에 의해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란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거듭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새벽 트루스소셜에 “실종자가 지금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리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이 용감한 전사는 이란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적진 한복판에 있었고, 매시간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적들에게 추격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치명적인 무기들로 무장한 수십 대의 항공기”를 보내 구조 작업을 벌였으며, 실종자는 “부상을 입었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의 영토 깊숙한 곳에서 미국 조종사 두 명이 각각 따로 구조된 것은 군사적 기록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가 이란 영공에서 압도적인 제공권을 확보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이란 남서부를 비행하던 미 F-15E 전투기가 이란군에 의해 격추됐다. 탑승자 2명은 곧 탈출했고, 조종사는 수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무기체계장교(Weapon System Officer)는 실종 상태였다. 실종 장교는 24시간 넘게 권총 한 정만을 소지한 채 산악지대에서 이란군의 추격을 피해 숨어 있어야 했다. 구조된 장교는 치료를 받기 위해 쿠웨이트로 이송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특수작전 부대원 수백명을 투입해 이틀 동안 이란군과 사활을 건 추격전을 벌이며 실종자 수색·구조 작전을 벌였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미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지상에 투입된 특수부대원을 공중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 수십대가 출격해 이란군이 해당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을 실시했다.
구조 과정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구조 과정에서 이란군과 미군 사이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측에서는 공습 과정에서 5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산악지대 깊숙한 곳에서 진행된 이번 작전은 극도로 위험한 작전으로 평가된다. 전투 수색·구조에 투입된 항공기는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저고도로 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지상 또는 대공 사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C-130 공중급유기·수송기, H-60 헬리콥터 등이 수풀로 덮인 언덕 위를 저공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이란인들이 미군 헬리콥터를 격추하기 위해 공중으로 총을 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혁명수비대는 실종 미군이 구조되기 전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했다. 미군 실종 지역으로 추정되는 코길루예부예르아마드주 일대를 봉쇄하고, 주민들을 향해 현상금을 내걸며 수색에 힘썼다.
4일 수색 작전에 투입된 미군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부상했지만 무사히 기지로 복귀했는데, 혁명수비대는 헬기가 이란군이 아닌 바크티아리 부족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험난한 구조 작전이 끝난 이후에도 ‘암초’가 남아 있었다. 특수부대원과 구조한 장교를 이송하기로 돼 있던 수송기 두 대가 고장이 나 이란 외딴 곳에 고립되면서 미군은 세 대의 새로운 수송기를 투입해 철수해야 했다. 고장 난 수송기 두 대는 이란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폭파시켰다.

이번 전투기 격추는 이란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주장과 난공불락의 허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조 작전 성공이 이란 영공 제공권 확보의 증거라고 재차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이 “해군도 없고, 공군도 없고, 대공 방어 체계도 없다”며 “미국이 발전소를 공격하더라도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란은 F-15E 전투기를 격추한 날, 남부 케슘 섬 인근에서도 A-10 워트호크 공격기를 격추시키며 여전히 대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했다. A-10 전투기는 격추 후 이란 영공을 벗어나 탈출에 성공했다.
이란은 미군의 첨단 드론 3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4일 대공 방어부대가 2대의 MQ-9 드론 2대와 헤르메스 드론 1대를 격추했다며 “혁명수비대의 새로운 첨단 방어 시스템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군 실종은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시나리오’에 대형 악재가 될 뻔했다. 이란이 실종 미군을 생포할 경우 미국과 종전 협상에서 강력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안 그래도 미국 내에서 인기가 없는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불을 지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었다.
한편 이란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5일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미국의 실종자 구조 작전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령부 측은 이스파한 남부 영공을 침범한 적국 항공기들을 격추했다”며 블랙호크 헬리콥터 2대와 C-130 수송기 1대를 피격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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