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확정하고 국장 오라고?”…투자자 외면받는 족쇄 찬 RIA
가입자 급증에도 실운용은 ‘바닥’…과도한 재투자 규제가 발목

# 미국 주식에 투자 중인 A씨는 최근 증권사 이벤트를 보고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개설했다. ‘해외 주식을 옮기고 매도하면 수수료 혜택과 함께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안내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계좌만 개설해둔 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미국 주식이 손실 구간이라 지금 팔면 손해가 확정되는 상황”이라며 “세금 혜택이 있다고 해도 굳이 지금 매도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가입한 투자자 카페에서도 “혜택을 보니 절세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며 “차라리 해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부가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RIA.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처럼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자산에 재투자하고 이를 일정 기간 유지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정부가 해외 투자 자금의 ‘리쇼어링’을 유도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RIA는 출시 9일 만인 2일 기준 9만1923좌가 개설됐다. 증권사들 간 계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수료 면제, 현금성 보상 등 이벤트를 쏟아낸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벤트로 단기적인 가입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계좌의 본래 목표인 자금 복귀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 운용의 제약이다.
RIA를 통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금을 1년 이상 유지해야 하고, 투자 대상 역시 국내 자산으로 제한된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분산투자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국내 자산으로의 제한적인 투자 구조는 투자 전략과 충돌할 수 있다. 해외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온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 역시 기대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제 한도가 개인당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 주식을 전부 매도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해외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손실 확정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로 복귀할 실질적인 유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면 세제 혜택이 대폭 축소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RIA 계좌가 ‘속 빈 강정’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상당수는 자금을 넣지 않은 ‘대기성 계좌’로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규 자금 유입보다는 제한된 범위의 자금 이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RIA의 도입 취지나 초기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 구조상 단기적인 자금 유입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이 안정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과 현재와 같은 변동성 환경에서는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RIA의 설계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한 정책형 상품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유인 중심’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 이상의 실질적인 투자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지금 굳이 옮겨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며 “세제 혜택의 실효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자금 이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