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방 시신 유기 사건’ 딸 보호하려던 장모, 사위 폭력에 결국 숨져
수개월간 이어진 상습 폭행
병원 치료도 못 받고 방치돼

대구에서 발생한 이른바 ‘여행용 가방 시신 유기’ 사건(부산닷컴 지난달 31일 보도)의 내막은 가정폭력으로부터 딸을 지키려던 어머니의 사투 과정 중 발생한 참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조 모(27) 씨는 올해 초부터 장모인 A(54) 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 A 씨는 지난해 9월 결혼 직후부터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딸 최 모(26) 씨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 부부와 대구 중구의 한 원룸에서 함께 지냈으나 오히려 사위의 새로운 표적이 되었다.
조 씨의 폭력은 지난 2월 이사를 기점으로 더욱 잔인해졌다. 조 씨는 “집안 정리가 더디다” “소음이 발생한다”는 등의 사소한 구실을 잡아 장모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딸 최 씨 또한 조 씨의 폭력 아래 보복의 공포에 떨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격리된 생활을 이어왔다.
지속적인 학대에 노출됐던 A 씨는 지난달 18일 주거지 내에서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집중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 등 전신에 걸친 다발성 골절이 발견됐으며,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확인됐다. A 씨는 수개월간 이어진 가혹 행위에도 단 한 차례의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다.
범행 직후 조 씨는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소형 여행용 가방에 A 씨의 시신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 이후 아내 최 씨와 함께 도보로 이동해 인근 신천변에 캐리어를 유기했다. 당시 시신은 물속에 잠겨 있었으나, 지난달 30일 내린 집중호우로 하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하류로 100m가량 떠내려갔고 돌 틈에 걸린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조 씨 부부를 긴급체포하고 지난 2일 이들을 모두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딸 최 씨는 남편의 강압에 못 이겨 시신 유기를 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조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범행 은폐 시도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정밀 부검을 통해 구체적인 살해 경위를 규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