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사라져가는 ‘K-손기술’도 챙겨야 할 때

이철민 2026. 4. 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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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민 (사)한국지역상권학회 이사

2026년 신년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가 곧 경제이자 미래 먹거리이며, K-콘텐츠는 세계 속에 더 깊이 스며들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한글, 한복, 음식, 뷰티 등 K-컬쳐 관련 산업은 물론 케데헌의 인기로 K-관광산업까지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이다.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의 2025년 관람객이 65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박물관 관람객 순위가 루브르, 바티칸에 이어 세계 3위라고 하니 '한국적인' 것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긍정적인 성과다. 국중박을 찾는 관람객 중에서도 사유의 방에 있는 '반가사유상'과 '청자실'의 인기는 최고라고 전해진다.

고려청자 상감운학문 매병과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갖고 있는 한국의 도자산업은 K-컬쳐에 중요한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다. 도자는 도예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제조 산업이다.

도자산업의 주요 생산품은 생활자기(식기류, 다기류)와 전통도자, 현대작품, 기타(화병, 화분, 토분 등)로 나눠진다. 그중 옹기는 도기의 일종으로 전통적으로 음식을 저장하는 질그릇이다. 예전에는 집마다 장독대가 있었고 그곳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손맛이 담긴 각종 김치와 장들이 한국의 맛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주거환경과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도심에서 장독대는 사라졌고 항아리의 역할은 신기술을 장착한 김치냉장고가 대신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한국도자재단이 조사한 '2023 도자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요장 수는 2009년(1879개소)에 비해 200여 개소 줄어든 1683개소이다. 이중 운영 중인 업체는 1347개소이며, 이곳에서 활동 중인 전국의 도예가 수는 1845명으로 조사되었다.

필자는 최근에 전통 옹기를 만드는 도예가 한 분을 만났다. 그 도예가의 말에 따르면 도자 제조 분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 인력의 고령화는 깊어지는데 후진 양성은 안 되고 있고, 그중에서도 옹기는 인력과 생산장비의 열악한 환경이 더 심각한 종목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옹기가 (자기 제조에 비해) 제품의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 도예가들 중에서도 옹기는 기피 한다는 것이다.

도자기 제조는 '반죽·성형·건조·초벌소성·유약·재벌소성'의 과정을 거친다. 큰 옹기의 경우(주로 김칫독, 장독)는 크기가 성인의 허리 높이에 그 무게가 70㎏까지 나간다고 한다. 성형과 유약 과정에서 이것을 맨손으로 들고 돌리고 하는 것이 여성이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고강도의 노동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인지 전국에 남은 '전통옹기대장'은 현재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라고 하여 그 수에 깜짝 놀랐다. 가까운 시일에 이들의 우수한 K-손기술이 전수되지 못하면 멀지 않아 한국에서 항아리 만드는 도예가를 찾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대안으로 크고 무거운 옹기 제조를 위한 생산 보조장비만 개발되어도 여건은 나아질 것"이라고 옹기대장은 말한다.

한국은 과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19번이나 종합우승을 차지할 만큼 제조 분야에서 K-손기술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정부는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하게 제조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AI·반도체분야, 첨단기술분야, 인기산업분야의 스마트자동화와 마케팅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경제가 건강해지려면 소수에게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뿌리 제조산업의 소기업이나 비인기산업 분야에도 발굴되지 않은 우수한 손기술이 많다. 여러 방면에서 생산장비를 연구·개발하고 지원하는 꼼꼼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옹기 기술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되기 때문이다.

/이철민 (사)한국지역상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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