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 달…"비전투국 중 한국이 제일 큰 타격"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비전투국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하며 향후 원유 수급, 대이란 협상, 대미 관계 관리 등 주요 정책 대응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SIS는 코스피 지수가 43년 역사상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하고 원화 가치가 17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한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인 0.4%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상향 조정한 점도 언급했다. 한국 경제가 고인플레, 고금리, 원화 약세라는 삼중고에 시달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CSIS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까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헬륨은 웨이퍼 온도를 빠르게 조절하거나 체임버 내부의 초고진공 환경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며 레이저 절삭과 에칭 공정에도 활용된다. 헬륨 가격은 이란 전쟁으로 40% 넘게 급등했지만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 역시 서류상 수치와 실제 운영상의 괴리가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전략 비축유는 208일분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는 순 수입량 기준이다. 국내 소비와 수출을 포함한 소비 총량을 기준으로 하면 정부 비축량은 34일분에 불과하다는 게 CSIS의 평가다. 여기에 IEA의 비축유 긴급 방출을 빼면 26일 치로 줄어든다. CSIS는 민간 비축유를 합쳐도 67일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이란과의 협상과 미국과의 관계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선제적으로 이란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일본의 대응을 참고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란과의 직접 협상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SIS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압박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국의 대이란 합의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 관세 인상 등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단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처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당사국에 맡기는 기조가 유지될 경우 한국 정부가 통행료 지불이나 일부 유조선에 대한 예외 확보를 시도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국적 유조선 상당수가 사우디 및 미국 기업과 계약 관계에 묶여 있어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물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안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면제 확대가 거론됐다. CSIS는 한국이 미국과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예외를 확보할 경우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앤디 림 부소장이 작성했다. 다만 이번 리포트는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나라별로 비교 분석한 게 아닌 만큼 "한국이 이란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는 과장됐단 지적도 나온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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