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언급한 ‘제주 해저터널’ 논란서 빠진 것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최수문 선임기자 2026. 4.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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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제주도 방문 타운홀미팅
‘제주를 제주답게’ 섬 정체성 중요하지만
한중일 사이에 놓인 제주의 전략적 가치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는 더 커질듯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지난 3월 30일 제주도 제주시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방문 제주 타운홀미팅. 이 대통령은 문득 전라도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 여부와 관련해 참석한 도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찬성과 반대를 나눠 손을 들어보도록 한 뒤 “(해저터널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훨씬 많네요”며 “저하고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러운데, 섬이라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다. 섬의 정체성이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찬반이 나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찬반을 물었다. 거수가 비슷하게 나오자 이 대통령은 “(한쪽이) 압도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서는 하지 말자는 쪽이 더 보이는 듯하다”면서도 “여러분이 잘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타운홀미팅을 보면서 필자의 귀에 박힌 단어는 ‘섬의 정체성’과 ‘제주를 제주답게’였다. 이날 타운홀미팅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배경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각각 관광, 에너지, 과학기술(AI 등)에 대한 제주 정책을 밝혔다. 관광과 함께 에너지, 과학기술도 물론 중요하다.

3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타운홀미팅 장소 밖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시위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3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타운홀미팅 장소 밖에서 ‘제주 제2공항 찬성’ 시위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섬의 정체성을 지키고 제주답게 살 수 있다면 이는 전 세계의 누구나 환영하는 바다. 하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최북단 섬(남한 기준)으로 백령도가 있다. 필자도 잠시 생활을 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하지만 섬 곳곳에는 군사기지가 있고 대규모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고로움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인정한다. 북한과 인접해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경기도 북부나 강원도 북부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백령도의 군사 기지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최근 본 기억은 없다. 특수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래 주민들로는 답답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 제주도는 어떨까. 역사적으로 보면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영토가 된 것은 필연과 우연이 섞인 결과다. 현실적으로 제주도가 ‘자립’ 할 수 없다면 주변 지역과 동고동락해야 한다. 당연히 영토적으로 한국이 가깝다. 이와 함께 바다의 사정도 무시 못한다. ‘쿠로시오 해류’라는 것이 있다. 적도 인근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서태평양을 도는 해류다. 오키나와로부터 온 강한 해류가 제주도와 규슈 사이를 지나간다. 이에 따라 전통 시대에 제주도에서 가는 것이 일본은 어렵고 한국은 쉬웠다. 제주도와 한반도 본토와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옛날처럼 교통(뱃길)이 바람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현대 들어서도 쿠로시오 해류는 제주도의 섬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열기를 품고 오는 이 해류 덕분에 제주도 땅은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고 바다도 깨끗하며 어획량도 풍부하다.

쿠로시오 해류 그래픽. 자료 제공=한국해양조사원

남해에 있는 주요 섬으로 대마도(쓰시마섬)도 있는 데 이 섬에서 부산과 일본(후쿠오카)의 거리가 비슷하지만 현재 일본 영토로 돼 있다. 부산과 대마도 사이를 지나는 쿠로시오 해류가 거세다. 신라의 해상 능력이 강했던 10세기 이전까지는 한반도와 교류가 많았지만 바다로의 투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고려 이후로는 일본과의 교류가 더 늘어나면서 아쉽게도 대마도는 일본령으로 바뀌었다.

현대 지정학적 조건을 보자.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정말 평화로운 시절이라면 다행히 ‘아름다운 섬’으로 남을 수 있겠지만, 만약 분쟁이라도 생기게 될 경우 최전선에 위치하게 된다.

백령도는 만약 남북통일이 된다면, 적어도 남북 간에 평화공존이 된다면 군사기지는 필요없게 될 수도 있다. ‘백령도다운 백령도’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이에 있는 제주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바뀌지는 않는다. 제주도의 전략적 가치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에서 약 160㎞ 떨어진 거리에 진짜 최남단 영토 ‘이어도’가 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모습 . 남해 바다를 굳게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해양조사원

이들은 우리가 제주도의 교통망, 즉 공항이나 철도 또는 항구를 이야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어떻게 실어나를지 하는 문제들을 넘어서는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제주도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바라보는 중요한 시각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우리 ‘우주센터’가 제주도에 있지 않고 전라남도 고흥에 있는 것도 경제적이나 전략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우주로 향하는 로켓 발사장이 지구상 적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점은 과학적 상식이다. 지구는 자전하는데 적도 가까이 갈 수록 자전 속도가 더 빨라 로켓 발사에 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은 가장 남단인 다네가시마섬에, 중국은 하이난섬에 우주센터가 각각 있다. 당초 우리나라 우주센터 대상지로 제주도가 유력했지만 자연환경 등 문제로 포기됐다고 한다.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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