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해도 다시 늘어날 뿐···미등록 체류자, 합법화해서 세금 걷자”
법무부는 단속, 노동부는 고용…‘컨트롤타워’ 필요

국내 미등록 체류 외국인은 38만명에 이른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한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탈이나 비자 만료로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필수 노동력으로 자리 잡은 이들을 제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적 정책지원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정책을 지켜본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제조업·농축산업·건설업처럼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사실상 필수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국내 이주노동자는 꾸준히 증가해 1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양적 확대에 치중한 정책으로 산업재해, 임금 체불, 열악한 주거환경 등 인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현행 제도가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2018~2022년 기준 내국인의 2.3~3.6배 수준이다.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고 사업장을 ‘탈출’하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고, 국가는 다시 단속과 추방에 비용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업장 이동 제한이 미등록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 ‘외국인력 통합지원 TF’에서도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시행 시점과 유예 기간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 입장은 엇갈린다. 사용자 단체는 도입 초기 2년간 현행 유지, 한국노총은 1년 유예, 민주노총은 도입 초기부터 전면적인 이동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정부가 단속으로 추방하는 인원이 연간 3만명 수준인데, 비슷한 규모가 매년 다시 생겨나고 있다”며 “단속과 추방 중심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3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누적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별도의 과제다. 이 대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미등록 노동자의 양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등록 체류자 36만명 가운데 약 20만명은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을 합법화하면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정상적으로 걷을 수 있고, 1년에 1조원가량의 세수 증가 효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권 보호를 넘어 재정과 노동시장 관리 측면에서도 실익이 크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취업 비자로 입국한 경우 범칙금의 10%를 부과하고, 체류 기간에 따라 고용허가제에 편입하거나 준숙련·숙련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체류 5년 미만은 최대 3년 취업, 5년 이상은 4년10개월 취업을 보장하고, 10년 이상 장기 체류자에게는 취업 제한을 풀고 영주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취업 비자가 아닌 경로로 입국한 경우에는 범칙금의 30%를 부과하되 일정 기간 취업을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불법 고용 사업주에도 범칙금을 부과해 책임을 함께 묻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장기 미등록 노동자에 대해 “노동능력이 검증된 인력이고 한국 사회에 이미 적응한 상태”라며 “단속이 아니라 제도 안으로 편입시켜 세금과 사회보험 체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국가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별로 분산된 외국인력 정책을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부는 ‘외국인력 통합지원 TF’ 논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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