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장관 “협상 응하지 않는다는 미 언론 보도 사실 아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종전을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이란이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미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 실제 협상이 성사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아라그치 장관은 4일(현지시간) 엑스에 “미 언론이 이란의 태도를 왜곡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며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 방문을 거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종전 회담을 열기 위해 양측을 중재해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에게 강요된 이 불법적인 전쟁을 결정적이고 영구적으로 끝내기 위한 조건”이라며 미국이 전쟁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협상 테이블 앞에 앉을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게시글 끝에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로 ‘파키스탄 만세’라고 적기도 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거론한 미 언론은 월스트리트저널(WSJ)로 보인다. WSJ는 전날 이란이 당분간 이슬라마바드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미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전황을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협상할 유인이 없다고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협상 의향을 밝혔지만 양측 논의는 교착 상태다. 한 이란 관리는 “미국이 제시한 15가지 협상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최근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증강한 것은 ‘대화하겠다’는 공언과 일치하지 않으며 이란은 미국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파키스탄 일간지 던에 말했다. 그는 “(이란 관리들은) 협상에 참여하는 누구든 (미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말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금지,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핵 시설 폐쇄,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15개항으로 이뤄진 협상안을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했다. 이란은 이를 검토했으나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파키스탄과 함께 중재에 나선 튀르키예와 이집트는 카타르 도하나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을 대체 회담 장소로 검토하며 교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종전 협상에 진척이 없는 또 다른 이유로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 미·이란을 중재했던 카타르가 이번엔 협상 중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미국과 걸프국가들이 카타르에 수석 중재자가 돼달라고 요구했으나 카타르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WSJ는 카타르가 지난주 미 관리들에게 “중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협상을 주도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이번 전쟁 과정에서 핵심 가스 시설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이란 공습에 노출되는 등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을 대신 당한 국가 중 하나다. 카타르에는 미 중부사령부의 지휘 센터이자 역내 최대 미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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