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작인 위해 희생 선택한 그녀…역사에 남다 [김용우의 미술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국 잉글랜드 중부 웨스트 미들랜즈 지방에 있는 도시 '코번트리(Coventry)'에는 11세기께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여성의 희생과 용기를 상징하는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한 존 콜리어는 오늘날까지도 '레이디 고다이바'의 작가로 남아 있다.
'레이디 고다이바' 백작 부인은 남편 이름을 후세에 전하고, 가문의 명예를 높인 것도 모자라 작은 도시 '코번트리'를 관광지로 만들어 냈으니 역사의 추앙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우의 미술思 54편
존 콜리어 ‘레이디 고다이바’
소작인 걱정한 ‘고다이바’ 이야기
존 콜리어, 헌신 작품으로 남겨
![존 콜리어, 레이디 고다이바, 1891년, 캔버스에 유화, 140×180㎝, 허버트 미술관 및 박물관, 영국. [자료 | 위키백과]](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5/thescoop1/20260405132141974yrya.jpg)
백작은 지나친 세금으로 소작인을 못살게 구는 가렴주구苛斂誅求의 표본 같은 영주다. 반면, 부인 '고다이바'는 마음이 착해서 늘 소작인을 걱정하는 자애로운 사람이다. 어느날 고다이바는 백작에게 어려운 소작인의 세금을 줄여 달라고 간청하는데, 백작은 옷을 벗고 도시를 한 바퀴 돌면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자 고다이바는 말을 타고 도시를 한바퀴 돈다. 창피를 무릅쓰고 벌거벗은 몸으로 도시를 도는 고다이바를 본 시민들은 측은함과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 폭군인 남편을 대신해 어진 부인이 희생의 길로 나섰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는 축제로 이어져 전해진다. 코번트리 페스티벌 하이라이트인 '레이디 고디바의 행진'이 바로 그 축제다.
이 이야기를 그림에 담은 화가가 있다. 작품 '레이디 고다이바'를 그린 존 콜리어(John Collier·1850~1934년)다. 영국 화가 존 콜리어는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PRB)'라는 미술 사조에 속한다.
라파엘 전파는 1848년 런던에서 결성된 영국의 젊은 화가와 시인, 비평가들의 모임이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 라파엘 이후의 회화 양식에 반발해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사실주의와 도덕적 진지함을 추구했다. 함께한 화가들로는 에드워드 번 존스(Edward Burne-Jones),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문학과 신화, 사회문제를 소재로 사실주의적이고 세밀한 묘사로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을 많이 그렸다. 인상주의 화풍을 입체주의와 야수파가 뒤따르던 시기에 '고전으로의 회복'을 선언한 것 같은 화풍이었다. 여기에 담긴 낭만적인 정서는 세기말 우울한 세상에 한 줄기 위안을 주기도 했다.
이제 그림 이야기를 해보자. 고다이바는 연약한 몸매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마을을 돌고 있다. 희생적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마을의 누구도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 그림에서 보듯 고다이바는 휑하게 썰렁한 거리를 홀로 말을 타고 돌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고행임을 알기에 문을 걸어 닫고 나오지 않는다.
![레이디 고다이바, 코벤트리 브로드게이트 광장, 영국. [자료 | 위키백과]](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5/thescoop1/20260405132143326iiyq.jpg)
벨기에 초콜릿 회사의 브랜드 '고디바 초콜릿'이 대표적 사례다. 오래전 벨기에의 일부는 네덜란드와 함께 '플랑드로'란 나라에 속했다. 무역·금융산업의 중심인 '브뤼셀'이 있는 이곳은 당시에도 상업의 중심이었다. 이런 벨기에서 활동하던 '장사의 달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코코아에 영국 스토리를 붙여 '고디바 초콜릿'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처럼 여성의 희생과 용기를 상징하는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한 존 콜리어는 오늘날까지도 '레이디 고다이바'의 작가로 남아 있다. '레이디 고다이바' 백작 부인은 남편 이름을 후세에 전하고, 가문의 명예를 높인 것도 모자라 작은 도시 '코번트리'를 관광지로 만들어 냈으니 역사의 추앙을 받기에 충분하다. 코번트리에 있는 그녀의 조각상 받침대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그녀는 순결을 입고 돌아와 세금을 없애고 영원히 기억될 이름을 남겼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