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왜 못 오르나 봤더니…`고래들` 매도속도 역대 최대

이정훈 2026. 4. 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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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퀸트 3월말 비트코인 30일 명목수요 -6만3000BTC
ETF 매수 여전한데도 1000~1만개 대형지갑 사상 최대 매도
비트코인 현물값 실현가격보다 21% 높아…아직 바닥 아닌 듯
이란전쟁 양상 급속도로 변화…투자자들 포지션 쌓기 어려워
모건스탠리 ETF+스트래티지 매입, 시장 매수우위 전환 촉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장 내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큰손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비트코인은 좀처럼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그 배후에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매도하고 있는 고래(Whale)들이 있다는 분석이다.

1년간 지갑규모별 비트코인 보유량 추이
4일(현지시간)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30일 명목 수요(apparent demand)는 마이너스(-) 6만3000BTC를 기록했다. 명목 수요란 채굴량과 1년 이상 비활성화된 재고량 차이를 통해 수요 강도를 추정하는 온체인 지표로, 이 지표가 높은 음수를 기록한다는 건 기관들이 흡수할 수 있는 속도보다 전체 시장의 매도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뜻이다.

같은 30일 이동 구간에서 ETF 매수 규모는 약 5만BTC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트래티지의 매집 규모도 약 4만4000BTC로 견조했다. 즉, 3월 한 달 동안 가장 큰 두 기관 매수 채널이 합쳐 약 9만4000BTC를 흡수한 셈이다.

이처럼 최대 큰손 두 주체가 9만4000BTC를 샀는데도 순수요가 여전히 마이너스 6만3000BTC라면 개인투자자나 기존 대형 고래, 채굴자, 펀드 등 나머지 투자주체들이 이 같은 기간 동안 약 15만7000BTC를 순매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1000~1만BTC를 보유한 대형 지갑들은 시장의 최대 매수 세력에서 최대 매도 세력으로 돌아섰다. 크립토퀀트는 이를 사상 가장 공격적인 분배(distribution) 사이클 중 하나로 설명한다.

비트코인 공포와 탐욕지수 및 주간 ETF 순유출입 추이
1년 전만 해도 이들 지갑은 집단적으로 20만BTC를 추가 매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반대로 총 18만8000BTC를 줄이고 있다. 약 18개월 만에 축적(accumulation)에서 분배로 거의 40만BTC 규모의 스윙이 발생한 것이다.

100~1000BTC를 보유한 중간 규모 지갑들은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매집 중이지만, 그 속도는 2025년 10월 이후 60% 넘게 급감했다. 연간 기준 추가 매집 규모는 거의 100만BTC에서 42만9000BTC로 줄었다. 이들은 매수를 멈춘 것은 아니지만, 매수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이는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이 진정한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은 현재 6만7000~6만8000달러 구간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실현가격(realized price) 5만4286달러보다 21% 높은 수준이다. 실현가격은 네트워크상 모든 코인의 마지막 이동 가격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평균 매입단가를 의미한다. 이는 평균 보유자가 여전히 수익 상태에 있다는 뜻이며, 역사적으로 이런 국면은 아직 시장이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코인데스크는 지적했다.

지난 2022년 실제 사이클 저점을 알린 신호는 현물 가격이 실현가격 아래로 내려간 것이었다. 당시 비트코인은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전체 평균 매입단가 아래에서 거래됐고, 가장 깊은 구간인 실현가격 대비 약 15% 하회 지점은 거의 정확히 1만5500달러 부근의 저점과 일치했다.

지금 상황은 그 때와는 다르다. 다만 그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2024년 말 비트코인이 11만9000달러를 웃돌았을 때만 해도 실현가격 대비 프리미엄은 약 120%였다. 그러나 약 15개월 만에 이 프리미엄은 21%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급격한 붕괴 국면을 제외하면, 실현가격선에 가장 빠르게 근접한 사례 중 하나다.

아울러 공포·탐욕 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지난 한 달 동안 8~14 사이에 머물며 극단적 공포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3월 비트코인 ETF에는 10억달러가 넘는 순유입이 들어왔다.

극단적 공포 심리와 강한 기관 매수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런 조합은 이례적이다. 이는 자금 유입이 시장 전반의 자신감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관들은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외면하는 시장을 거꾸로 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널리 추종되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지수(Coinbase Premium Index)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지표는 비트코인이 다른 거래소 대비 코인베이스에서 프리미엄 혹은 할인 상태로 거래되는지를 측정하며, 미국 기관 수요의 대리 지표로 여겨진다. 이 지수는 2025년 10월 초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줄곧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왔다. 가격이 6만5000~7만달러 구간으로 내려왔음에도 미국 매수세는 대규모로 복귀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란 전쟁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매수주체들이 뚜렷하게 포지션을 쌓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 않다. 비트코인은 이란 분쟁이 이어진 내내 6만5000~7만3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긴장 고조 헤드라인이 뜰 때마다 하락했고, 긴장 완화 헤드라인이 나오면 반등했지만, 결국 출발점 근처로 돌아왔다.

희망과 실망 반전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너무 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시장의 지배적 전략은 차라리 포지션을 잡지 않는 것이 돼버렸다. 이는 공포에 따른 투매가 아니라, 점진적인 시장 이탈이라는 형태로 수요 데이터에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의 현재 하락폭은 약 47%다. 이는 2013년과 2017년 고점 이후 나타났던 84~87% 폭락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의 애널리스트 잭 웨인라이트는 3월 말,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점점 “덜 충동적(less impulsive)”이 되고 있으며, 자산이 성숙해지면서 극단적 하방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도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페르난데스 애드루넘(AdLunam) 공동창업자 겸 시장 분석가는 “비트코인 조정폭이 50% 수준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 구조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유동성이 깊어지고 기관 참여가 늘어날수록, 변동성은 상승과 하락 양방향 모두에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낙폭 압축이라는 프레임은 수요 데이터 해석에도 중요하다. 만약 비트코인이 85% 폭락 대신 50% 조정이 나타나는 성숙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면, 이번 수축 국면은 과거 사이클 저점에서 보였던 극단적 투매와 같은 방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촉매는 어떤 것일까?

일단 모건스탠리는 이번 주 업계 평균보다 11bp 낮은 14bp 수수료의 비트코인 ETF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이 상품은 총 6조2000억달러를 운용하는 1만6000명의 재무설계사에게 접근 길을 열어준다. 이는 이전까지 비트코인 ETF에 직접 접근하지 못했던 채널이다.

또 스트래티지의 우선주 상품 STRC는 최근 배당락(ex-dividend) 시점을 전후해 수억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했으며, 이는 스트래티지가 매달 4만4000BTC를 매집할 수 있는 자금 조달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매달 반복되고 더 가속화된다면, 지속적인 매수 압력의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현실화되더라도, 여전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비트코인 전략을 구사하는 단일 기업 하나가 중심이 되는 구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크립토퀀트의 보고서는 이란 분쟁이 완화될 경우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7만1500~8만1200달러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구간은 로어 밴드(Lower Band)와 트레이더 온체인 실현가격(Trader On-chain Realized Price) 저항선에 해당한다.

이 두 지표는 각각 단기 보유자와 활발한 트레이더들의 평균 매입단가를 추적하는데, 역사적으로 약세장 랠리에서 상단 저항선 역할을 해왔다. 현재 비트코인은 두 지표 모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비트코인의 수요 구조는 내부에서부터 점점 얇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박스권 하단이 반드시 붕괴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하단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ETF, 스트래티지, 그리고 새롭게 열린 모건스탠리 채널이 나머지 시장이 내다 파는 물량을 계속 흡수할 수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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