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리스크에도 멈추지 않았다…한국 바이오, '6조 수출'로 증명한 구조적 성장

이수진 기자 2026. 4. 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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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라는 거시적 충격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산업은 오히려 수출 증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5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은 41억6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중동 지역조차도 오히려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바이오 산업이 '리스크 회피 산업'이 아니라 '리스크 속 확장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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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밀러가 연 성장 엔진…글로벌 특허 공백이 기회로
美·EU 넘어 신흥시장 확장…수출 지형 자체가 바뀐다
CDMO 증설 경쟁 본격화…'생산력'이 곧 시장 지배력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출처=연합]

중동 전쟁이라는 거시적 충격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산업은 오히려 수출 증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산업의 체력이 드러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의 확인에 가깝다.

5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액은 41억6000만 달러(약 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리스크 속에서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결과다.

특히 월별 흐름에서도 성장의 연속성이 확인된다. 1월 13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3% 증가한 데 이어, 2월과 3월 역시 각각 7.1%, 6.3%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시장 충격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수출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 전쟁보다 강했던 '의약품 수요'

이번 수출 성장을 이끈 핵심 축은 바이오시밀러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밀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쟁과 무관하게 의료 수요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도 작용했다.

협회는 특히 구조적 기회를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2025~2034년 특허 만료 예정 바이오의약품 중 약 90%에 대해 시밀러 파이프라인이 없는 상태다. 이 시장 규모만 약 2320억 달러(약 350조원)에 달한다.

유럽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2032년까지 독점권이 만료되는 의약품 가운데 79%가 아직 시밀러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잠재 시장 규모는 1430억 달러(약 215조원) 수준이다.

즉, 지금의 수출 증가는 단기 호황이 아니라 '비어 있는 시장'을 선점하는 과정에 가깝다.

◆ '미국·유럽' 넘어…수출 지도 바뀐다

한국 바이오는 더 이상 선진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 축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았던 국가에서 비용 효율적인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구조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낮아질수록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내성은 강화된다.

전쟁이 벌어지는 중동 지역조차도 오히려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바이오 산업이 '리스크 회피 산업'이 아니라 '리스크 속 확장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 결국 승부는 생산능력…CDMO 전쟁 시작됐다
미국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수요가 열리면 결국 승부는 공급 능력에서 갈린다.

이 지점에서 한국 바이오의 또 다른 강점은 CDMO(위탁개발생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산을 외주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78만5000리터 규모에서 GSK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84만5000리터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이는 글로벌 최대 수준이다.

CDMO 경쟁은 단순한 하청 산업이 아니다. 생산을 장악하는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게 되는 구조다.

결국 바이오 산업은 '기술 → 허가 → 생산 → 공급'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한국이 가장 강한 고리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협회는 올해 바이오·헬스 수출이 304억 달러(약 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실적보다 약 9% 증가한 수치다.

중동 전쟁은 글로벌 산업에 비용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바이오는 그 충격을 '수요 확대'와 '시장 재편'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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