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45. 해외 유통 K-브랜드 위조품, 이젠 국가가 막는다
정부 인증·AI 결합…위조 대응 전환
조폐공사 기술 접목…유통 추적 체계 구축
![해외에서 각광받는 K-브랜드 상품들, 이제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AI 활용 이미지) [조폐공사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5/dt/20260405100927739czcf.png)
오늘날 전 세계 어디를 가든 K-팝을 듣고, K-드라마를 보고, K-푸드를 먹으며, K-화장품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제 한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BTS의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를 시청하며, 저녁으로 ‘불닭볶음면’이나 ‘냉동 김밥’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러한 K-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삼성,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의 ‘인디 브랜드’들까지 세계 시장의 주역으로 당당히 우뚝 섰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 상품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이를 도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 역시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K-브랜드 위조상품 규모는 무려 11조원(약 9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연간 7조원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으며, 1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조8000억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는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위조 상품과의 싸움은 온전히 개별 기업의 몫이었다. 해외 시장에서 짝퉁 유통을 확인하고도 현지 당국의 비협조로 단속조차 못 하는 화장품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소송에서 이기고도 배상액이 변호사 비용보다 적어 허탈해하는 식품 기업의 사례도 허다하다. 승소 시 보상금이 고작 몇 천만 원 수준인 현실 앞에서, 많은 중소기업은 결국 대응을 포기하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직접 전면에 나섰다. 지난 3월 31일, 정부는 ‘K-브랜드 정부인증 제도’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업에 대한 간접적 지원을 넘어, 국가가 직접 해외에서 인증상표의 ‘상표권자’가 되어 위조상품에 대응하는 획기적인 모델이다. 정부는 위조품 유통 위험이 높은 70개 수출국에 인증상표를 선제적으로 등록하고, 침해가 발생하면 외교와 통상 채널을 총동원해 현지 수사와 단속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수출용 한국산 과일 ‘배’에 적용된 한국조폐공사의 정품인증 보안 라벨 [조폐공사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5/dt/20260405100929099njmq.png)
특히 이번 제도의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한국조폐공사의 첨단 보안 기술이다. 수십 년간 화폐를 제조하며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위조 방지 기술이 이제 우리 수출품을 지키는 든든한 ‘기술 방패’가 된 것이다. 조폐공사는 AI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과 화폐 보안 기술을 접목한 전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을 스캔하기만 하면 즉시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정부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위조상품의 유통 흐름을 추적하게 된다.
해외 선진국들도 위조 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국토안보부 산하 국경보호국(CBP)이 통관을 차단하고, 프랑스는 세관과 사법당국이 협력하여 명품 브랜드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방식은 대체로 사후 적발에 집중된 아날로그적 대응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가 도입하는 시스템은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품을 인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선제 대응하는 능동적인 구조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경쟁력을 가진다.
위조 제품이 범람하는 거친 파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압도적인 기술력이다. 화폐만큼이나 정교하게 설계된 보안 기술이 K-뷰티, K-푸드에 녹아들어 우리 기업의 혁신 의지를 지켜낼 것이다. 이제 K-브랜드는 제품의 품질을 넘어 ‘기술적 신뢰’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국가가 기술로 함께 싸우는 이 든든한 체계 안에서 우리 제품이 세계 곳곳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깊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기술이 곧 우리 브랜드의 품격이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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