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중동 ‘세계의 화약고’ 되나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 4. 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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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력 소멸 원하는 UAE·사우디…美에 전쟁 지속 설득
홍해 봉쇄로 불확실성 키우는 후티 반군…전선 넓히는 이스라엘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충분한 준비 및 명확한 목표 없이 즉흥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대로 전황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상공에서의 제공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일방적으로 수천 개 목표물을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사일 및 드론을 이용해 이스라엘 및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반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다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발표 이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차단되면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모두의 관심은 이란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전쟁은 점차 전선을 넓히면서 지역 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페르시아만이다. 이란은 전쟁 직후부터 인접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당초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점차 이란이 의도적으로 이들 국가의 에너지, 산업, 담수 시설 등을 공격하고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이들 국가는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이란에 의한 지속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고 있다. 또한 자국 내 위치한 미군기지가 공격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3월27일 예멘 사나에서 열린 이란과의 연대 집회에서 후티 군인들이 기관총이 설치된 픽업트럭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EPA 연합

"이참에 이란의 공격 능력 완전 소멸시키자"

이에 따라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 이란의 공격 능력을 확실하게 소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UAE는 호르무즈해협 개통을 위한 다국적군 결성을 주장하면서 직접 참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언급하고 있다. 만약 인접국들이 이란 공격에 가담한다면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미국이 이란과 협상 및 휴전을 진행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분쟁은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사우디아리비아 반도 서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홍해가 우회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토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200km에 이르는 송유관을 가동해 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서부의 얀부항으로 보내 이곳에서 유조선에 선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공격이 격화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하루 185만 배럴 용량의 횡단 송유관을 건설했다. 건설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던 이 송유관은 2019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석유 생산거점을 공격한 이후 700만 배럴로 용량이 증가했다. 평상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이 하루 1500만~2000만 배럴이었음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를 우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얀부항을 떠난 유조선이 홍해와 인도양이 만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아랍어로 '슬픔의 문'이라고 번역되는 이 해협은 과거 거센 물살과 예측 불가능한 조류 흐름으로 악명이 높았다. 수에즈운하 개통 이후 이 지역은 세계 교역의 핵심 통로로 부상했으며 현재도 세계 원유 물동량의 12%, LNG 물동량의 8%가 이 지역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운송량은 과거에 비해 약 50% 감소했는데 후티가 이곳을 지나는 화물선들을 간헐적으로 공격하면서 화물선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브엘만데브해협 서쪽은 소말리아, 동쪽은 예멘이다. 예멘은 내전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으며, 여러 세력 가운데 해협과 접한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세력이 후티다. 우리는 후티 반군이라는 표현에 익숙하지만 사실 이들은 영토, 국민, 행정 체계 및 징세 능력을 보유한 정식 국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후티는 헤즈볼라, 하마스와 더불어 이란의 대리 세력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독자성이 강하다. 최근 후티는 이란을 지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나섰으며 실제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후티가 미사일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봉쇄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개통도 벅찬 미국으로서는 여기까지 신경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와의 물밑 교섭을 통해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과 후티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기 때문이다. 

중동전쟁 '동상이몽'…셈법과 출구 전략 제각각

페르시아만과 홍해가 분쟁 지역으로 확산하는 와중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또 다른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3월2일 지상군을 레바논 남부에 파병했으며, 레바논 전역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군 파병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향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이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던 헤즈볼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병력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경에 비해 30km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가옥과 건물을 철거해 무인지대로 만들고자 한다. 

2024년 휴전협정에 따라 헤즈볼라는 무장을 해제하고 레바논 정부와 군 감독하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해야 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해당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과거 장기간 이어졌던 내전을 기억하고 있는 레바논 정부로서는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충돌 가능성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레바논 정부의 태도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불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나설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파병으로 인한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면서 현재 100만 명이 넘는 레바논 주민이 난민이 되었다. 60만 명은 당초 리타니강 남쪽에 거주하던 주민이다. 문제는 전투가 마무리돼도 이스라엘이 이들을 복귀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스라엘 북부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60만 명에 이르는 주민의 귀환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스라엘군을 해당 지역에 주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국 영토화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중동은 오랫동안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렸다. 그 화약고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모하게 불을 댕기면서 시작된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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