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큐브미술관 2026 첫 소장품 기획전 '찬란한 고요' 리뷰

박지혜 기자 2026. 4. 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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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큐브미술관 2026년 소장품 주제 기획전 '찬란한 고요' 전경.

우리는 매일 수많은 풍경 속을 걸어가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장면을 진심으로 목격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시간은 의미 없는 잔상으로 흘러가고, 우리는 아주 특별하고 거창한 순간에만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믿곤 한다.

성남큐브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26년 첫 소장품 주제 기획전 '찬란한 고요'는 그 믿음에 조용히 균열을 낸다. 예술은 가장 평범한 일상의, 가장 낮은 데시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말이다.

이번 전시는 성남문화재단이 지난해 공모를 통해 수집한 지역 작가 12인의 작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작가의 영감이 담긴 기록을 나누는 건 물론, 지역 미술의 가치를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기록'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12인의 작가는 자신들이 머무는 지역의 공기를 호흡하며 포착한 영감을 각자의 언어로 화면에 옮겼다. 우연처럼 보이는 자국, 반복된 행위가 쌓인 화면, 비워 낸 여백과 절제된 움직임 속 작가가 마주한 '고요'의 시간들이 스며들어 있다.
▲ 성남큐브미술관 2026년 소장품 주제 기획전 '찬란한 고요' 전경.
▲ 성남큐브미술관 2026년 소장품 주제 기획전 '찬란한 고요' 전경.

송지혜 작가의 '1993×2023'이 대표적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한 화면에 중첩한 작품은 유년의 기억과 현재의 도시 풍경을 모아 서로 다른 시공간을 잇고, 사라지는 것과 남아있는 것 사이 불안을 조용히 드러낸다.

홍세연 작가의 '회복된 정원2'는 치열한 현실과 대비되는 안식의 공간을 보여줌으로서 지친 일상 속 명성과 회복의 가능성을 제안했고, 피정원 작가의 '아카이브 페인팅 96-99'는 회화가 완성되기 이전의 시간과 판단을 기록해 '사유'와 '실험'의 확장된 축적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시의 타이틀인 '찬란한 고요'는 역설적이다. 고요함은 흔히 정지된 상태를 의미하지만, 작가들이 마주한 고요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찬란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갈 뻔한 빛의 미묘한 변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의 잔향, 사소하게 일렁이는 마음의 흔들림 등 작가들은 그 찰나를 붙잡아 캔버스 위로 불러들였다.
▲ 성남큐브미술관 2026년 소장품 주제 기획전 '찬란한 고요' 전경.

거창한 사건이나 거대한 서사는 없지만, 오히려 그 사소함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람객의 내면을 조용히 두드린다.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던 지점에 나란히 서서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덧 관람객 역시 소음 가득한 일상 뒤편에 숨겨진 자신만의 고요를 발견하게 된다.

전시장 내에서는 종이 리플릿 대신 작품 옆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작품 해설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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